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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형 (Chung J.H.) 미래사회연구실 선임연구원
이승민 (Lee S.M.) 미래사회연구실 실장
김정태 (Kim Y.J.) 미래사회연구실 선임연구원

Ⅰ. 머리말

오늘날 새로운 기술개발은 더 이상 흥미로운 지적 시도이거나 효율성 제고 방안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빠른 기술변화와 세계화된 경제구조는 기술혁신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고 산업의 구조 자체를 변형시키고 국가경제의 성장가능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ICT 융합기술의 혁신력은 정보화시대를 이끄는 성장동력이자 사회구조와 일상생활을 뒤바꾸는 힘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날이 빨라지는 기술혁신의 시대에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유망기술을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발 빠른 연구개발을 통해 해당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시장, 산업, 기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미래에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개발 영역을 발굴하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론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ICT 융합기술의 발전 방향성, 인문사회적 미래변화 양상, 기술이 탄생되고 소비되는 산업과 시장의 특성 변화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미래유망기술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방법론으로써 TCM(TechContour Map)을 제안한다. 본고는 기술의 혁신과 일반적 경영환경의 변화 흐름을 우선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새로운 미래기술 전망 방법론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어서 본 연구가 제안하는 미래기술 전망 방법론인 TCM의 특성과 구성요소를 소개하고 실제 미래유망기술 전망에 TCM을 활용한 사례와 결과를 소개하도록 한다.

Ⅱ. 기술혁신과 경영환경의 변화

지난 수십 년간 ICT 기술의 진보는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경영환경 전반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ICT 기술은 정보화시대를 낳은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작용하면서 산업구조를 바꾸고 산업 내외의 경쟁구조를 탈바꿈시켜 왔는데 이러한 경향은 근래 더욱 강화되었다. ICT 기술혁신과 그 결과물의 보급이 미친 영향은 경영이론 또는 기술과 경영환경의 관계를 다루는 현대의 대표적 학자 및 이론가의 담론에도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하버드대학의 크리슨텐슨(C.M. Christensen) 교수는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기술혁신이 시장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했다[1]. 메인프레임 기술력을 바탕으로 IT 산업을 지배하던 IBM, Digital Equipment 등 거대기업들이 애플 등이 내놓은 PC에 의해 시장을 빼앗긴 사례는 와해성 기술의 극적인 사례로 제시되었다.

경제의 세계화,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등은 경영환경 전반을 점점 더 혼란스러운 상태로 몰아갔다. 다트머스대학의 다베니(R.A. D'Aveni)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초경쟁(Hypercompeti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산업 고유의 진입장벽 붕괴,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경쟁 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제시했다[2]. 또한 초경쟁 상황하에서는 전통적 전략 모델인 'SWOT 분석'이나 1970년대 말 하버드대학의 포터 (M.E. Porter) 교수가 주창한 '산업구조 분석 모형' 등이 산업 간 경계가 뚜렷했던 과거 과점 상황에서나 유효했던 정태적 분석임을 지적했다. 다베니는 초경쟁을 낳는 역동적이고 불확실한 환경변화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파괴를 주도해 경쟁우위로 활용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통제할 때 산업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전지구적으로 확대되고 경제 세계화가 심화된 근래의 경영환경 또한 여전히 혼란스럽다. 콜럼비아대학의 맥그래스(R.G. McGrath) 교수는 2013년 출간한 저서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에서 기업∙산업 간 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이 강화된 오늘날에는 경쟁업체의 파악과 미래 경영환경의 예측에 내포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기에 각 기업∙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경쟁우위 요소와 경쟁우위 전략 자체가 무의미해졌음을 피력했다[3].과거엔 한 영역이 다른 영역들과 서로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 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다른 영역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인해 각 영역이 상호 연계∙의존하게 되면서 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끔 변모한 것이다.

현대의 대표적 기술혁신 및 경영전략 이론가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종합해보자면 기술혁신과 사회경제적 제반 요인들의 변화로 인해 산업 구분, 기업별 핵심 비즈니스 영역 등이 무너지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기존의 경쟁우위 요소와 시장에 대한 좁은 시야를 버리는 것이 핵심적인 요구라 할 수 있다.

Ⅲ. 새로운 미래기술 전망 방법론의 필요성

와해성 기술, 파괴적 혁신, 초경쟁 등 혼란스러운 경영환경 변화를 반영한 경영이론과 담론이 생산되던 1990년대 중반 무렵 IT기술에 특화된 시장조사 및 컨설팅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IT 신기술의 효과와 영향력을 전망하고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써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선보였다.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은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겪는 과정을 시장 전반 혹은 특정 산업 내에서 형성된 기술에 대한 기대감과 인식의 변화를 통해 나타낸다[4].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하이프 사이클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가진 속성을 비교하고 분석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 변수는 시장의 기대감과 시간이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기술의 영향력, 효과에 대해 과도한 기대감이 형성되었다가 기술의 부분적인 실제 응용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현실화되어 간다는 것이 하이프 사이클이 주장하는 신기술의 일반적인 성숙과정이다.

(그림 1)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의 예[4]

기술혁신이 가속화되어 가는 상황하에서 기술진화의 추이를 전망하기 위해 미래기술 예측 및 전망의 다양한 이론과 방법론들이 제시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적어도 ICT 부문의 기술변화 추이를 파악하는 도구로써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은 가트너가 발표하는 하이프 사이클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프 사이클은 ICT기술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일반기업의 기술투자에 활용하는 데는 비교적 유용한 미래 전망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으나 미래유망기술을 전망하고 이에 기반해 기술개발을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데 참고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하이프 사이클은 기술의 개념과 효과에 대한 수요자들의 인지와 기대감에 기반해 기술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기술 성숙도는 개념은 이미 개발되기 시작하거나 기술의 상품화가 이루어진 시점에서는 유용하지만 파괴적 혁신을 선도할 신기술을 발상해내고 연구개발을 먼저 시작함으로써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점이 있다. 치열해진 ICT 기술혁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하이프 사이클에서 미처 다루지 않고 있는 기술영역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보다 중요하다.

2014년 래리 다운스(L. Downes)는 ICT기술 발전의 가속화와 상호연결성이 강화된 현재의 경영환경으로 인해 혁신적 기술은 극단적으로 짧아진 신기술 수용기간과 경쟁구도 자체를 파괴하는 신비즈니스 모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5]. 래리 다운스는 '파괴적 빅뱅'과 (그림 2)에 나타낸 샤크 핀 곡선(shark fin curve)이라는 개념 등을 통해 시장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기술혁신은 시장을 완전히 바꾸고 있음을 주장했다.

(그림 2)
파괴적 빅뱅에 따른 샤크 핀 곡선[5]

신기술 수용 모형으로 받아들여졌던 로저스의 종형 곡선은 기술혁신 결과물이 얼리어답터 등의 초기 수용자들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수용층을 넓혀감을 시사했다. 반면 래리 다운스의 샤크 핀 곡선은 기술혁신의 결과물이 빠른 시간 내에 수용층을 확장하면서 기술개발 후발주자들의 노력을 무용화시키며 동시에 산업구조 자체를 변경시키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렇듯 경쟁자들이 인지하기에 앞서 기술혁신을 시작하고 사업화하는 것이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하이프 사이클과 같이 시장의 인지에 기반해 기술의 발전과 성숙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도구는 전략적 유용성이 크게 낮아진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시장의 인지, 경쟁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세심히 관찰하는 것에서 얻는 지식에 기반하지 않고 신기술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변화와 기술진화 추이 자체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미래기술 전망 방안이 요구된다.

Ⅳ. TCM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미래유망기술 발굴 및 전망 방법론 TCM은 기술 자체의 발전 방향성, 인문사회적 미래변화 양상, 기술이 탄생되고 소비되는 산업과 시장의 특성 변화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다. TCM은 ICT 및 융합기술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미래기술들의 특성을 반영하고 미시적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새로운 유형의 기술 성장지도이다. TCM은 기술∙인문∙사회 영역에 걸쳐 미래기술이 가진 매력도(attraction)와 생존력(viability)을 평가하고 미래기술이 시장과 사회에서 거부할 수 없는 기술적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likelihood)으로 통합한다. TCM 방법론에서 이루어지는 미래기술 아이템의 발굴과 평가는 기술∙인문∙사회 각 분야 전문가 의견에 기반을 두어 진행된다.

매력도와 생존력 평가대상이 되는 미래기술 아이템의 발굴은 ICT 융합기술 영역의 미래기술 아이템들과 인문사회적 메가트렌드에 대한 광범위한 문헌조사, 미래 소비자 욕구에 대한 일반인 및 각 산업별 전문가 조사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문헌조사, 전문가 조사, 소비자 조사 등을 통해 탐색된 미래기술 아이템들은 ICT 융합기술 영역의 연구개발, 연구기획, 기술정책 등 실무를 담당해온 전문가 그룹에 의해 조정, 통합되어 최종적인 매력도와 생존력 평가대상이 선정된다.

선정된 미래기술 아이템들은 기술의 원천성, 기술개발의 예상 난제, 시장성, 시장 전망, 사회적 영향력, 사회적 수용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된다. 기존 미래기술 예측∙전망의 틀은 원천성, 혁신성 등 기술 자체의 속성과 기술을 수용할 시장의 규모∙성장속도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TCM이 채택하고 있는 복합적인 평가 시각은 기술과 시장 측면에서의 미래 전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변화 추이, 미래기술에 관련된 법∙제도∙사회관습적 쟁점, 사용자 요구 등 기술∙인문∙사회를 아우르는 미래기술의 분석틀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미래기술의 평가와 분석은 (그림 3) 에서 나타낸 바와 같이 매력도와 생존력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이루어진다. 매력도는 기술의 원천성, 시장규모,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하여 평가된다. 기술이 가진 기능이 탁월하고 여타 관련 기술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술의 원천성이 높게 평가될 것이다. 미래기술 아이템이 상용화되고 비즈니스 모델에 활용될 때 이를 소비할 시장규모가 크다면 기술의 매력도는 증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 사회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거나 완화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라면 기술의 사회적 파급력은 높게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3)에 나타낸 바와 같이 매력도가 높은 기술일수록 TCM 그래프의 세로축과 가로축에 만나는 교점에 가깝게 위치하게 된다.

(그림 3)
TCM 개념도

생존력 평가 시에는 연구개발과정에서 예상되는 기술적 난제, 시장구조,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한다. 미래기술 아이템이 가진 잠재적인 매력이 높다고 하더라도 미래 시점에서 해당 기술의 생존력이 낮다면 유망한 미래기술로 평가받기에는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기술적 난제는 기초과학 이론 또는 공학적 개발방안 등의 측면에서 해당 기술의 연구개발 성공률을 낮추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다루는 평가 기준이다. 시장구조는 기업 또는 산업 간의 경쟁구조, 또는 기존 기술∙제품∙서비스 등이 형성한 비즈니스 생태계의 특성 등에 따라 신기술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측면을 고려한다. 사회적 수용성은 신기술에 대해 법∙제도∙사회관습 등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게 된다. 기술이 가진 효용이 크다고 하더라도 사회 관습상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면 미래기술로써의 유망함은 손상받게 될 것이다. 생존력이 높게 평가된 미래기술일수록 (그림 3)에 나타낸 TCM 그래프의 세로축과 가로축이 만나는 교점에 가깝게 표시된다.

최종적으로 생존력과 매력도라는 두 변수는 미래기술이 미래 시점에서 시장과 사회에서 거부할 수 없는 기술적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likelihood)으로 통합된다. 기술적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큰 정도에 따라 미래기술 아이템들은 4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생존력과 매력도 측면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되는 기술군들은 'Level 3: Beginning to Compete'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 영역에 속한 미래기술 아이템들은 기술적 미래 메가트렌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기업과 국가 차원의 기술주도권 확보 전략이 마련되면서 기업 및 국가 간 기술경쟁이 시작된다고 평가된다.

두 번째로 유망하다고 평가되는 미래기술 그룹은 'Level 2: Rising in Popularity'이다. 기존 기술적 메가트렌드들과 상호작용이 시작되고 이 과정에서 기존 기술적 메가트렌드들에 흡수∙병합되거나 경쟁∙대응관계를 구성하는 신기술들이 속한 그룹이다. 이들 기술은 미래의 새로운 기술적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으며 세부적 전략과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술주도권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주의 깊게 분석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술이라 볼 수 있다.

세 번째 미래기술 그룹은 'Level 1: Entry into Potential'이다. 기존의 기술적 메가트렌드 및 타 미래기술 아이템들과의 경쟁과정에서 기술적 메가트렌드로 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미래의 기술혁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목이 필요한 부분이며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실행할 필요가 있을 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기술들이다.

마지막 영역은 'Level 0: High Uncertainty'로 명명되었다. 미래기술의 생존력과 매력도가 가장 낮게 평가된 영역이다. 현재의 기술개발 수준, 사회적 수용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래의 기술적 메가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낮으며 기술의 성장과정에서 변동의 폭이 큰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기술 아이템으로서 평가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전문가 그룹의 검증을 어느 정도 거친 신기술들이므로 연구개발 주체들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다.

Ⅴ. TCM을 활용한 유망기술 발굴의 사례

본 연구진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에 걸쳐 ICT 융합영역에서의 미래유망기술을 전망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TCM을 활용해 50개의 미래유망기술을 선정했다[6].

미래유망기술로써의 매력도와 생존력 평가대상이 된 미래기술 아이템 발굴은 ICT 융합기술, 인문사회적 메가트렌드, 소비자 욕구 변화 등에 대한 문헌분석과 의견조사에 기반해 이루어졌다. 우선 국내외 주요 기업과 기관이 발표한 문헌에서 유망한 미래기술로 다루어진 기술 아이템들을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발표한 문헌을 대상으로 수집해 분석했다. 또한 일반 소비자 FGI 조사와 각 산업계 전문가 대상 의견조사를 통해 핵심적인 미래 인간 욕구를 분석했다. 미래 사회의 글로벌한 변화 추세를 전망하기 위해 인문사회적 메가트렌드들은 문헌조사를 통해 수집되었으며 ICT 융합기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러한 문헌분석과 의견조사를 통해 파악된 기술발전 동향과 미래 사회구조 변화, 기술 수요 변동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미래기술 아이템들이 발굴되고 조정, 통합되었다. 이러한 조정, 통합 작업은 ICT 융합기술영역의 연구개발, 연구기획, 기술정책 등 실무를 담당해온 전문가 그룹에 의해 진행되었다. 본 연구진은 최종적으로 100개 미만의 규모로 미래기술 아이템군을 선정했다.

미래기술의 매력도와 생존력 평가를 담당한 전문가 그룹은 인문사회적 메가트렌드, 소비자 욕구 변화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공유했으며 미래기술 아이템에 대한 기술개발 동향, 기술적 난제, 시장 전망, 기술 확산에 관련해 예상되는 사회적 이슈 등을 포함한 입체적인 분석결과를 제공받았다. 평가 담당 전문가 그룹은 미래기술 아이템에 대한 이해와 의견을 공유하는 토론과 계량적인 매력도∙생존력 평가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워크숍 형태의 델파이 조사를 수행했다.

최종적으로 선정되고 분석된 미래유망기술은 50개이며 이들은 (그림 4)에 나타낸 바와 같이 미래기술로서의 진화할 핵심 동인이 인간의 욕구와 가치실현, 기술혁신 및 난제 해결, 사회현안 해결과 변화 대응, 기술∙인문∙사회 복합적 변화 대응 등 4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그림 4)
TCM 기반 미래유망기술 전망결과[6]

각 미래유망기술에 대한 매력도와 생존력, 그리고 미래 기술적 메가트렌드로 변화할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그림 5)에 나타낸 그래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기술이 TCM 그래프의 중앙에 가까울수록 미래 시점에서의 기술적 메가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림 5)
TCM 기반 미래유망기술 평가결과[6]

현재 'Beginning to Compete' 영역에 속한 기술은 5G 이동통신이 유일한 예인데, 이러한 결과는 미래기술 아이템 선정 시 이미 기술개발 경쟁이 심화되거나 본격적인 상용화, 표준화가 진행 중인 기술은 최대한 배제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5G 이동통신기술은 미래 디지털 네트워크의 기본 인프라를 형성할 주요한 요소임은 분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래 시점의 기술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연구개발 아이템으로 간주하기에는 기술성숙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Rising in Popularity' 영역에 자리한 기술들은 웨러러블 기기, 학습형 범용 로봇, 스마트 건강관리, 자연어 이해 지식기반, 실시간 대화 통역, 자율주행차, 도시지능화, 에너지 시스템, 소셜 시뮬레이션, 스마트 팩토리, 핀테크, 무선충전, 급속충전, 시각지능, 생활 안전, 딥러닝, IoT 플랫폼, 산업용 3D 프린팅, 로봇플랫폼, O2O플랫폼 등 20개이다. 이들은 현재 ICT 융합기술 영역의 주요 기업과 기관들이 앞다투어 연구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기술들로 분석된다. 향후 이들 기술 중 어느 것이 가장 먼저 'Beginning to Compete' 영역으로 이동할 것인지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이들 기술 중 일부는 기술적 난제, 시장성, 사회적 수용성 등의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경우 향후 'Entry into Potential' 또는 'High Uncertainty' 영역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뉴로모픽 컴퓨팅, 메타물질 등 24개 기술은 'Entry into Potential'에 속한 기술군으로 분류되었다. 이들 기술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기술로 분석된다. 다만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보다 공격적인 연구개발 전략 수립에는 활용성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생물체 결합로봇 등 5개 기술은 'High Uncertainty'로 평가되었다. 이들 기술은 기술의 매력도와 생존력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였다. 하지만 이들 기술 또한 소비자와 전문가 의견조사, 문헌분석 등을 통해 유망한 미래기술의 후보로 선정되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기술의 잠재력을 낮게 무시하기는 어렵다. 해당 기술개발의 방향성, 시장성 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향후 작성될 새로운 TCM상에서는 이들 기술의 위치가 변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Ⅵ. 맺음말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TCM은 ICT 융합기술의 생태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적 특성, 인문사회적 요인, 소비자 욕구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연구개발 전략수립 관점에서 미래유망기술들의 상대적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기술 성장지도이다. 특히 계량적 자료와 증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미래유망기술 전망 작업에 있어서 기술 및 인문사회 영역의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통합해 정량적 결과를 산출해고자 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은 주관적이고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수치에 기반한 단순한 외삽, 통계적 추정이 아니라 기술과 기술을 둘러싼 큰 사회변화의 흐름을 전망하고 미래에 발생할 복잡한 변화동인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작업은 더욱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미래 전망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정보를 분석하고 통합하고 상호이해를 높이는 과정에서 공통기반이 될 신뢰성이 있는 방법론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술영역 간의 교류와 융합이 활발하고 기술과 인문사회적 요인 간 상호영향이 확대되어가는 현재의 추세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시장,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포괄해 다룰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TCM은 인문사회와 기술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분석하여 통합적인 미래변화 전망을 산출하려는 목적에서 고안되었다. 연구개발전략 수립과정에서 활용되었던 기존의 기술전망 체계들이 기술 특성, 시장성 등 비교적 단순한 요인들을 고려했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이다.

TCM은 일회성 미래유망 전망도구로 활용되기 보다는 일정 주기에 걸쳐 반복적으로 미래전망을 수행하는 도구로 활용될 때 유용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미래유망기술 도출과 평가 작업의 결과를 이전 시기의 미래전망 내용과 비교?분석할 때 미래기술의 진화 흐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형성되어 갈 것이다.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한 기술, 인문사회적 지형을 분석하고 미래유망기술을 도출하고 평가하면서 기술 진화와 수용에 관여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지식이 강화되고 이는 보다 나은 품질의 미래전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TCM은 보다 정교하고 실용적인 도구로써 개선되고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약어 정리

TCM

Tech-Contour Map

References

[1] J.L. Bower and C.M. Christensen, “Disruptive Technologies: Catching the Wave,” Havard Business Review, Jan. 1995.
[2] R.A. D'Aveni, Hypercompetition: Managing the Dynamics of Strategic Maneuvering, Free Press, 1994.
[3] R.G. McGrath,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How to Keep Your Strategy Moving as Fast as Your Business, Ha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3.
[4] Gartner, “Understanding Gartner's Hype Cycle,” 2013. http://www.gartner.com
[5] L. Downes and P. Nunes, Big Bang Disruption: Strategy in the Age of Devastating Innovation, Portfolio, 2014.
[6]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COsight 2.0: 미래기술 전망(기술∙인문∙사회 통합적 기술예측),” 2014. 12. 15.

(그림 1)

F001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의 예<a href="#R004">[4]</a>

(그림 2)

F002

파괴적 빅뱅에 따른 샤크 핀 곡선<a href="#R005">[5]</a>

(그림 3)

F003

TCM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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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004

TCM 기반 미래유망기술 전망결과<a href="#R005">[6]</a>

(그림 5)

F005

TCM 기반 미래유망기술 평가결과<a href="#R005">[6]</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