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최근 글로벌 경제는 과거 20년 동안 경험하지 못 한 물가 상승과 이자율 상승을 겪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7월 물가 상승률이 10.1%를 기록하였고,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우려에도 물가안정을 위해 정책 금리를 1.25%에서 1.75%로 인상했다[1,2]. 이러한 상황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 기인한다[3]. 첫째는 세계화의 퇴조이다. 냉전종식 이후 중국의 국제무역 편입과 함께 글로벌 교역, 자금, 인력, 지식 이동이 증가되었다. 다국적 기술기업들은 저렴한 생산비 위주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세계화 흐름은 물가안정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긴장 발생으로 비용 최소화 대신 생산기지 국내화와 공급처 다변화와 같은 안정적 공급망 확보 전략이 채택되었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가치공유 국가들의 연대로 진화되고 보호주의가 득세하면서 생산비가 이전보다 높아지게 되었다. 둘째는 노동력 공급 부족이다. 그 간의 저렴한 물가는 저임금 해외 노동력의 기여가 크게 작용하였다. 그러나 노령화, 외국인 노동자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근로 참여 감소 등으로 노동력 수급 불균형이 만성화되면서 임금상승 압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셋째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상승이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해당 분야에 대한 기업투자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은 구조적 요인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같은 외생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측 요인들에 의한 종합적인 충격이 상품과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성장을 제약하고 물가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영국은 글로벌 서비스 교역 부문에서 세계 4위 수준이며, 특히 금융·보험 분야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4]. 이러한 결과는 영국의 혁신환경 및 디지털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1)[5]. 먼저 혁신환경 측면을 살펴보자.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잘 알려진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기업가 정신이 창발되어 스타트업(Startup)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우수한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이다[6]. 또한, 비상장이면서 기업가치가 10억 이상인 유니콘 기업수는 국가 혁신 수준의 간접적 척도로 활용되는데, ’22년 7월 기준으로 영국은 46개로 미국(634개), 중국(174개), 인도(69개)에 이어 글로벌 4위를 차지하고 있다[7,8]. 아울러 130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지식재산기구의 ’21년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에서 영국은 스위스, 스웨덴, 미국에 이어 4년 연속 세계 4위를 차지한 점도 영국의 과학기술 혁신활동을 지원하는 환경이 우수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9].
둘째, 디지털 기술 측면에서 영국의 사이버보안 경쟁력은 ’20년 국제정보보호지수(Global Cybersecurity Index)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사우디와 공동 2위를 차지하였다[10]. 얼마 전 새로운 영국 총리를 뽑는 결선 투표에서는 디지털 방식이 우편 방식과 병행 실시되었다[11,12]. 여기에는 과거 디지털 투표 시 우려되었던 사이버보안에 대한 영국의 우수한 대응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AI 경쟁력 측면에서 영국은 글로벌 AI 지수 기준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AI 경쟁력의 평가 구성요소 중에서 인프라, 운영환경, 개발, 정부전략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13]. OECD.AI의 국가별 AI 인력 유입 수준을 비교한 자료에서도 영국은 미국보다 1단계 높은 수준이다[14]. ’20년에 체결된 영-일 무역협정(UK-JP CEPA)에서 일본의 주요 관심사는 자국이 우위에 있는 로보틱스 분야를 영국의 우수한 AI 기술과 결합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영국은 브렉시트(Brexit)를 AI 이용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할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15].
금년 6월의 ‘UK Digital Strategy(이하 디지털 전략 2022)’는 ‘과학 및 기술 초강대국’을 지향하는 영국 정부의 비전 달성을 위한 로드맵으로서 인프라, 지식재산권, 인력양성, 혁신투자, 기술확산, 글로벌 선도 등 6대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실행과제를 제시하고 있다[16]. 디지털 요소에만 초점을 둠으로써 ‘디지털 전략 2022’는 이전에 나온 산업전략(’17년 11월), 혁신전략(’21년 7월)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AI 전략(’21년 8월 발표), 반도체·퀀텀 전략(아직 미발표) 등과도 양립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17].
본고는 사례연구로서 영국의 디지털 정책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디지털 분야 미래 청사진을 담은 디지털 전략을 살펴보고, 이후 AI 전략과 국제규범 전략을 검토하여 국내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Ⅱ. 디지털 전략
영국의 디지털 전략은 ’17년 버전과 ’22년 버전으로 구분된다. 주요 추진경과를 살펴보면(그림 1 참고), ‘디지털 전략 2017’은 산업전략 녹서(Green Paper)의 기본원칙을 토대로 그해 3월에 발표되었다[18]. 동 전략은 ‘디지털 경제 선도국’을 목표로 설정하고, 7개 정책 영역(① 디지털 인프라, ② 디지털 기술에 대한 국민의 접근 촉진, ③ 디지털 기업의 혁신 및 창업 지원, ④ 기업 디지털화, ⑤ 온라인 안전, ⑥ 디지털 정부, ⑦ 데이터 전략)을 제시하였다[19]. ’20년 9월의 국가 데이터 전략은 후속 디지털 전략의 일부임을 언급하고, 디지털 분야의 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4대 요소(① 기반, ② 기술, ③ 이용 가능성, ④ 이용 책임성)를 토대로 데이터 이용 장애물 제거를 위한 5대 정책과제(① 데이터 이용 환경조성, ②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면서 불필요한 부담을 야기하지 않는 데이터 보호 기준 마련, ③ 정부 데이터 이용촉진, ④ 데이터 보안성 보장, ⑤ 국내외 정보이동 촉진)를 제시하였다[20].
AI 분야와 관련하여 ‘디지털 전략 2017’은 자금, 인력 및 데이터 접근 등 AI 산업계를 위한 지원 환경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17년 11월에 발표된 산업전략 백서(White Paper)는 AI 및 데이터 혁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인으로 인식하고 4대 우선 정책의제(① 글로벌 기술우위 확보, ② 산업 전반 생산성 증대, ③ 안전하고 윤리적 활용 선도, ④ 인력양성)를 제시하였다[21]. 그리고 ’18년 4월에 나온 ‘AI 섹터딜(Sector Deal)’은 산업전략 백서에 근거한 산·학·연 파트너십으로서 연구개발, 데이터 접근, 인력양성, 이용촉진, 정책조정 등 초기 AI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22]. ’21년 7월에 나온 UK 혁신전략은 AI, 증강현실·가상현실, 사이버보안, 고성능 컴퓨팅 등을 7대 국가 중점투자기술로 선정하였으며, 기술발전 단계별 AI 전략 및 후속 디지털 전략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였다[23].
한편, 국제규범 분야와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산업전략 백서는 개방경제와 공정경쟁을 기반으로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 및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제시하였다. 혁신전략은 수출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혁신기업의 해외시장 접근을 지원하는 신(新) 통상규범(예: 혁신 챕터, 디지털통상 챕터)을 향후의 자유무역협정에 포함하는 정책을 제시하였다. 국가 데이터 전략에서는 국제적 데이터 이동에 관한 지지를 언급하면서 국경이나 규제체계의 차이로 인해 데이터 이용이 제한되지 않도록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제시하였다.
지난 6월에 발표된 ‘디지털 전략 2022’는 ‘디지털 전략 2017’의 후속 개정판으로서 디지털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위한 최적의 환경조성을 위한 6대 정책 영역(① 디지털 기반, ② R&D, ③ 인력양성, ④ 창업 자금지원, ⑤ 국내 디지털 확산, ⑥ 글로벌 선도)을 제시하였다[16]. 표 1은 ’22년 버전의 세부 정책 영역별 주요 실행과제를 요약한 것이다. ’22년 버전은 과학기술 강대국으로서 영국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로드맵이며, 부록에서 향후 디지털 정책의 추진방향과 담당 정부 부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Ⅲ. 국가 AI 전략
1. 추진경과
AI 정책의 추진과정은 3단계(도입기, 고도화기, 이행기)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 2 참고). 제1단계는 ’17년과 ’18년에 AI 정책이 처음으로 도입되는 시기이다. ’17년의 산업전략 백서는 AI 전문가의 18개 제언을 반영하여 ‘AI 섹터딜’로 불리는 AI 정책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였다[24]. 이후 ‘AI 섹터딜’에 관한 공식 정책자료는 ’18년 4월에 나왔다. 여기에는 AI 활용의 잠재적 기회와 위험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데이터 이용, 인력개발, 규제 등 글로벌 선도자로 나아가기 위해 영국 정부가 추진해야 할 실행방안이 담겨있어 사실상 최초 국가 AI 전략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 ‘AI 섹터딜’과 ’18년 12월 영국 하원 AI 특별위원회(Select Committee of AI)는 모두 AI 정책개발·실행을 담당할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해 조직 간 조정 필요성 및 조직기능의 중복방지를 고려하여 AI 조직 신설을 제언하였다(표 2 참고)[25].
한편, ‘AI 섹터딜’은 AI 서비스 응용 분야에 2,000만 파운드, 에너지, 우주 등 로보틱스 및 AI 산업 응용 분야에 9,300만 파운드를 지원해 생산성을 증대하고, 데이터 사이언스 및 AI 분야 박사급 인력양성에 3억 파운드를 지원하는 R&D 투자계획을 제시하였다. 또한,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R&D 세액공제율도 11%에서 12%로 상향 조정하였다[22].
제2단계는 ’20년부터 ’21년 9월까지의 시점으로 초기 AI 전략이 포괄적으로 업데이트된 시기이다. ’20년 12월 영국 하원 협의위원회(Liaison Committee)는 그동안의 AI 정책추진성과에 안주하기보다는 더욱 능동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국가 AI 전략 수립을 권고하였다[26]. 특히, 협의위원회는 개인정보가 AI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는가에 대한 국민의 이해 제고와 윤리적 AI 개발 및 활용을 위한 기준 마련을 권고하였다. 또한, 협의위원회는 AI 전략은 본질적으로 1년 또는 18개월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적 게임이라는 점과 함께 관련 정부기관 협력 및 정책조정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AI 섹터딜’에 의해 신설된 AI 위원회도 ’21년 1월 AI 응용의 국가적 중요성을 토대로 4개 영역(① 연구개발·혁신, ② 인력·다양성, ③ 데이터 인프라·공공신뢰, ④ 국가·산업 채택)에 대해 16개 권고사항이 담긴 AI 로드맵을 통해 AI 강국이 되기 위한 실행과제의 즉시적 이행은 비현실적이므로 우선순위와 구현시점까지 담긴 국가 AI 전략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27]. 이에 영국 정부는 ’21년 9월에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와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가 공동으로 참여해 10년이라는 장기 추진과제를 담은 국가 AI 전략을 발표하였다[17].
새로운 버전의 국가 AI 전략은 AI 잠재력의 극대화가 경제 전반의 회복력, 생산성, 성장 및 혁신에 기여할 것임을 인정하면서 자국이 보유한 AI 분야 강점을 기초하여 추진하는 큰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여타 기술 정책과 달리 국가 AI 전략은 AI 기술의 고유 특성과 관련된 다음 3가지 가정을 반영하고 있다. 첫째, AI 분야의 전략 우위의 핵심 동인은 인력, 데이터, 연산, 자금 등에 대한 접근이며, 이들은 모두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 AI는 경제의 많은 부문에 확산될 것이며, 모든 부문과 지역이 전환으로 발생되는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조치를 통해 보장해야 한다. 셋째, 거버넌스와 규제체계가 빠르게 변하는 AI 수요에 맞추어 성장과 경쟁을 극대화하고 혁신을 견인하고, 안전성, 안보, 국민의 선택 및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표 3과 같이 새로운 국가 전략은 실행과제를 ① AI 생태계 활성화, ② AI 확산, ③ AI 규제 등 3개의 파트로 구분하고, 영역별 과제의 구현시점이 단기(3개월), 중기(6개월), 장기(12개월 이상)로 세분화된 구조라는 점에서 제1단계에서 나온 ‘AI 섹터딜’과는 차별화된다.
제3단계는 고도화된 국가 AI 전략에 담긴 실행과제가 점진적으로 구체화되어 실행되는 시기이다. 이 단계에 나온 주요 AI 정책자료에는 AI 신뢰성 제고를 위한 로드맵(’21년 12월), AI 글로벌 표준 주도권 확보 방안(’22년 1월), 국가 AI 전략 발표 이후 정부의 AI 활동 보고(’22년 7월), 혁신 친화적인 AI 규제 방향(’22년 7월) 등이 있다[28-31]. 이하에서는 AI R&D·인력, AI 이용 확산, AI 규제 영역을 중심으로 AI 정책의 추진현황을 검토하였다.
2. AI 정책 추진현황
가. AI R&D·인력
’21년 AI 생태계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AI 생태계 참여자들은 추가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AI 연구의 걸림돌을 해소시키는 공공투자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2)[32]. ’14년부터 투입된 영국 정부의 AI R&D 투자는 약 23억 파운드 규모로 알려지고 있으며, 고급 인력양성을 포함한 주요 분야별 세부 지원사항은 표 4와 같다. 최근 영국 정부는 AI R&D 사업화 경로를 ① 대학연구 창업, ② 스타트업, ③ 대기업, ④ 대학-산업 연계 등으로 구분하고 각 경로별 사업화 촉진요인과 장애요인을 탐색하여 AI 기술의 사업화 성공을 지원하였다[33]. 대표적으로 ‘대학연구 창업’의 경우 대학의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과 오픈소스 데이터 등이 촉진요인으로, 산업별 특수한 상황, 목표시장에 대한 이해도, 대학 기업가정신 구현 루트 등이 장애요인으로 지적되었다. AI R&D의 지식재산권 보호가 어려운 점도 우수한 AI 기술의 가치 구현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특허가 인정되어 AI 기술의 가치가 지식재산권으로 포섭될 수 있으나, 영국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다.
영국 AI 위원회는 AI 인력 정책에 대해 누구나 AI와 자신 있게 공존할 수 있고, AI를 만들고 활용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기반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튜링 AI 펠로우십[34], AI 박사과정, 산업계 주도 석사과정, AI·데이터 전문가 견습과정(Apprenticeship) 등 고급 AI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AI 프로그램에 다양성과 포용성(Inclusion)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온라인 아카데미 등 ‘대국민 AI 이해 증진’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27].
나. AI 이용 확산
’22년 1월 자료를 기준으로 전체 영국 기업의 15%에 상당하는 432,000개 정도가 AI 기술(기계학습, 자연어처리 및 생성, 컴퓨터 비전 및 이미지 처리·생성, 데이터 관리 및 분석, 하드웨어)을 채택하고 있다. AI 기술 채택률은 부문별로 상이하여 ICT와 법률의 약 29%로 가장 높고, 호텔, 소매, 헬스 부문이 약 11%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의 기술획득 경로는 자체개발과 제품구매가 각각 40%이고, 아웃소싱이 20%이다. ’40년이 되면 전반적인 영국 기업의 AI 채택률이 34.8%까지 증가될 전망이다. 영국 정부 자문과 기존 연구를 종합해 기업의 AI 기술개발과 채택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살펴보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내부요인에는 AI 채택 비용, 데이터, 인적 요인 등이 해당되며, 외부요인에는 인력공급, 규제환경, 윤리 기준 등이 해당된다[35].
AI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에서 진화되고 있어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공공조달 시장이 기업혁신의 공간이 될 수 있다[36]. 즉, 정부가 공공조달을 통해 최초의 고객이 되어 혁신적인 AI 기술의 성공적인 사업화와 기술채택을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20년부터 공공조달 부문에서 AI 기술을 채택을 지원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32,37]. 다만, 현재의 AI 공공조달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다양한 AI 기술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계학습을 주로 참고하고 있으므로 향후 지속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AI 기술 사업화와 관련하여 헬스케어, 의학, 핀테크 분야에서 영국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알려져 있다.
다. AI 규제
AI에 대한 신뢰성은 AI 제품·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수용성을 제고하고 AI에 필요한 데이터의 공유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 요소이다. 영국 정부는 최고의 신뢰성과 혁신 친화성을 갖춘 AI 거버넌스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보증 생태계에 관한 로드맵을 통해 규제자, 개발자, 기업가, 이용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AI 시스템의 신뢰가능성과 규제준수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28].
AI 보증은 규제준수를 모니터링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신뢰가능성에 관한 증거를 평가하고 의사소통함으로써 AI 시스템에 대한 신뢰형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개발초기 단계인 AI 기술표준은 AI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제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AI 제품 간 상호운용성을 지원해 궁극적으로 AI R&D의 사업화 성공을 촉진한다. 영국의 경우 영국 표준협회(British Standard Institution)와 국립물리연구소(National Physical Laboratory)의 지원을 받은 앨런튜링 연구소 주도로 ‘AI Standard Hub’라는 새로운 파일럿(Pilot) 프로그램을 통해 AI 글로벌 표준개발에서 추진하고 있다[29].
AI 기술이 개입된 의사결정의 공정성, 편향성 등을 핵심적으로 다루는 AI 윤리는 AI 규제와 밀접하게 연계된 기술개발의 주요 이슈이다. 영국 정부는 공공부문의 안전하고 투명하면서 윤리적인 AI 기술 활용을 지원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38]. 그동안 AI 규제 관련 활동이 활발히 추진되었으나, 오히려 이러한 노력들이 모호성, 중복성, 일관성 부재 등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반영해 ’22년 7월에 영국 정부는 AI 규제에 관한 원칙을 발표하여 AI 생태계의 혁신에 친화적인 규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31]. 표 5에 제시된 AI 규제 원칙으로 ① 활용분야의 특수적 상황, ② 실질적이고 확인 가능한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 ③ 단순·명확하면서 예측이 가능한 일관성, ④ 지침 또는 자율조치와 같은 가벼운 개입 등의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Ⅳ. 디지털화 대응 국제규범 전략
디지털 기반 서비스3)[39] 강국으로서 영국은 디지털통상4)[40]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설정하고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디지털 분야 국제규범 전략은 다음과 같다[41].
먼저, 영국기업의 해외 디지털 시장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여 기업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공정한 경쟁으로 투자하고 사업할 수 있게 한다. 둘째,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의 편익을 극대화하면서 개인정보보호는 보장하는 균형적인 접근의 국제적인 데이터의 이동을 촉진한다. 셋째, 다른 국가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온라인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와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지지한다. 넷째, 교역 파트너와 합의된 공통표준에 기초하는 디지털거래시스템 개발을 우선적으로 한다. 다 섯째, 자유롭고 공정하고 포용적인 디지털통상의 규정, 규범, 표준을 제정하는 데 국제적 파트너와 협력한다.
최근까지 영국 정부가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국제규범 전략을 추진한 주요 성과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표 6 참고). 먼저, 일본, 호주, 뉴질랜드, EU, 싱가포르 등과 디지털 환경을 맞는 현대적 FTA(Free Trade Agreement) 추진하여 디지털통상 규범을 적극적으로 채택하였다[42]. 둘째, 미국, EU 등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와 기술협력 및 FTA를 추진하였다. 셋째, 글로벌 포용적이고 편익을 공유하는 디지털경제 형성을 위한 저개발국과 협력을 추진하였다. 넷째,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전자상거래 공동선언문 협상에 참여하여 디지털 경제 환경에 맞는 새로운 WTO 협정 제정에 기여하고 있다. 다섯째, G7(The Group of Seven)과 같은 국제규범이 논의되는 장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적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국제규범 전략은 디지털 정책의 일부로서 구성된다. 표 7과 같이 산업전략, 데이터 전략, 혁신전략, AI 전략, 디지털 전략 등 디지털 정책과 연계된 다양한 전략에 시장접근·비차별성, 국경 간 정보이전, 디지털통상 규범 채택 확산을 통한 중소기업의 해외지원, 글로벌 규범 형성 주도 등 해당 분야와 관련된 국제규범 전략을 포함하고 있는 점은 정책실행의 일관성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영국은 브렉시트로 확보된 재량권을 기반으로 국가 디지털화를 위한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여 서비스 강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먼저, 인프라, R&D, 인력양성, 벤처투자, 디지털 확산, 글로벌 선도 등의 영역으로 구성된 디지털 전략은 영국 정부가 구상하는 디지털화 정책의 종합 집합체이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신분증 확산, 정부 원-로그인, 납세·복지서비스 효율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등 디지털 확산 영역의 정책과제는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정부정책과 유사하다. 또한, AI 분야 강점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 내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였으며, 10년 장기 비전이 담긴 국가 AI 전략을 수립하였다. 최근에는 AI 생태계 활성화, AI 확산, AI 규제 분야에서 참고할 만한 실질적인 정책추진이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디지털 경제 관련 국제규범 전략은 기본적으로 ’17년 미래 통상전략 방향과 ’21년 경쟁시대의 안보, 국방, 개발, 외교전략을 토대로 수립하고 있으며[43,44], 디지털, 혁신, AI 등 관련 정부정책에 반영되어 유기적·통합적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본고는 영국의 디지털 전략, AI 전략, 국제규범 전략에서 확인된 긴밀한 정책 간 연계성이 국가 디지털 경쟁력의 핵심동인이며, 이러한 사례는 국내적으로도 참고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한다. 또한, 디지털 정책을 주제로 통시적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후속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본고에서 다루지 못한 디지털 경쟁, 온라인 콘텐츠 규제 등 디지털 규제 전략에 관한 검토는 현대의 디지털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부문이라는 점에서 향후 추진하는 연구주제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