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정책 및 기술 동향과 시사점

Quantum Computing Policy and Technology Trends and Implications

저자
정지형기술전략연구센터
권호
38권 1호 (통권 200)
논문구분
국가 전략 산업을 위한 소재·부품 기술
페이지
1-8
발행일자
2023.02.01
DOI
10.22648/ETRI.2023.J.3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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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In this research, policies, and technology trends associated with quantum computers were examined, and through this, implications for domestic methods were derived. It is not a guarantee that developing quantum computing technology suited for domestic use would be successful to emulate the success stories of technology-leading nations. Technology leaders like the United States, China, and Europe are putting together strategic technology blocks to compete for technological hegemony. Adapting to and exploiting this trend will help us develop future technologies and secure market competitiveness. The dominant technology in the area of quantum computing has not yet been established. In the future, there will be fair competition in every specific technology area. At this point, it may be claimed that making audacious decisions will still lead to technological superio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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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지난 세기의 가장 중요한 기술적 발전은 컴퓨터의 개발과 활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이번 세기에 등장할 새로운 컴퓨터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일상에서 겪는 경험과는 매우 다른 물리적 특성을 보이므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양자중첩, 양자얽힘, 양자결맞음 등의 특성을 활용하는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풀어낼 것으로 기대받고 있으며, 그만큼 주요국과 기업들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양자컴퓨터에 이용되는 양자적 특성들은 원자, 광자 수준의 미소세계에서 나타난다. 이 수준의 미소세계에서는 원자, 전자, 이온 등이 가지는 회전방향, 위치, 속도 등이 매우 ‘모호한’ 상태다. 이 모호한 상태가 양자컴퓨터에서는 1과 0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는 정보량, 즉 큐비트가 된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조작하고 연산함으로써 1과 0에 대한 조작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게 되기에 기존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작업을 해낼 수 있게 된다. 특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로 경우의 수를 탐색하면서 연산하고 비교해야 하는 작업에 강점을 가진다. 소인수분해, 분자 수준의 생화학 반응 모사, 대규모 데이터셋 기반 AI 학습 등이 그러한 작업이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작업들은 국가 안보, 신산업 발굴 등과 같은 중대한 이슈에 얽혀 있다. 결과적으로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미래 국가 안보와 신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관련하여 정책과 기술 동향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국내 미래 기술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탐색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미국, 중국, 유럽 등을 포함한 주요국가와 국내에서 추진 중인 양자컴퓨터 관련 정책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짚어본다. 이후에는 기업, 대학, 국가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진행 중인 양자컴퓨터 기술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탐색하도록 한다.

Ⅱ. 정책 동향

1981년 리차드 파인만의 제안으로 시작된 양자컴퓨터 개발은 짧지 않지만,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본격적인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들은 미래 핵심 기술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실정이며, 국내에서도 2021년 양자 기술 연구개발 전략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는 정부가 출연연 및 대학에 대한 지원을 통해 물리학, 나노 소재 등 기초 연구를 주도하고, 여기서 생산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IT 기업 등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미래 양자컴퓨터 개발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주요국의 양자컴퓨터 기술개발 정책의 주요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미국

미국의 양자컴퓨터 관련 정책의 주요 방향은 양자컴퓨팅 전 분야에 걸친 혁신 주도와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패권 유지라 할 수 있다. 표 1[1]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2009년 ‘국가양자정보과학비전’을 수립하면서 주요국들 중 가장 먼저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양자기술발전계획’, 2018년 ‘국가양자이니셔티브’ 법안, 2020년 ‘양자인터넷 전략 비전’ 등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개발을 이끄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기술개발의 깊이와 범위를 넓혀 오고 있다.

표 1 주요국의 양자컴퓨터 관련 정책 동향

국가 주요 정책 변화
미국 • 2009년 양자기술비전 수립
• 2016년 양자기술 발전계획 발표
• 2018년 국가양자이니셔티브 법안 제정
• 2020년 양자인터넷 전략 비전 발표
• 2021년 혁신경쟁법 발표
• 2021년 상무부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수출 제재 기업 27개 발표
• 2022년 백악관 산하 국가양자이니셔티브 위원회 신설
중국 • 2006년 국가중장기과학기술발전계획요강(2006~2020) 발표
• 2012년 양자제어연구 국가중대과학기술 프로그램 12 전문 규획 제정
• 2016년 제13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규획(2016~2020)에 양자통신 프로젝트 포함
• 2017년 세계 최대 국립양자기술연구소 설립
• 2021년 제14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규획(2021~2025)에 양자컴퓨터 등 양자정보기술 전반이 포함
EU • 2016년 Quantum Manifesto 발표
• 2018년 양자플래그십 프로젝트 발표
• (영국) 양자기술 관련 대형 프로젝트에 총 10억 파운드 투자 계획 발표
• (독일) 양자컴퓨터 구축 등 양자기술개발에 총 20억 유로 투자계획 발표
• (네덜란드) 양자연구 전문연구기관 QuTech 설립으로 연구역량 고도화
한국 • 2014년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 수립
• 2019년 양자컴퓨팅 기술개발사업 추진계획 마련
• 2021년 미래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양자기술 연구 개발 투자전략 수립
[i]

출처 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1].

이러한 정책 추진과 오랫동안 축적된 기초과학 역량을 바탕으로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 주립대, 예일대, 메릴랜드 주립대 등을 중심으로 큐비트 제작과 제어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서 양자컴퓨터 분야의 기술 선도국으로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근래 특히 눈에 띄는 정책은 양자컴퓨터 기술 분야의 미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것들이다. 2018년에는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첨단 기술의 국외 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통제개혁법’의 규정을 개정했고, 2021년 11월 미국 상무부는 양자컴퓨터 등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술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27개 기업을 거래 제한 명단에 포함했다[2].

한편, 양자컴퓨터 분야에 있어서 우호적 기술동맹을 형성하려는 시도 또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는 2019년 ‘양자 협력에 관한 도쿄 성명’을 채택해 양자정보기술개발 파트너십을 맺었으며[3], 한국과의 양자기술협력을 위해 2022년 9월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를 워싱턴DC에 마련해 기술협력 공동체를 확장해나가고 있다[4]. 유럽연합(EU)과는 2022년 12월 5일 개최된 제3차 무역기술위원회(TTC) 회의를 통해 양자정보기술 관련 협력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합의했다[5].

2. 중국

중국은 강력한 정부의 주도하에 양자컴퓨터 관련 기초과학 역량, 시스템 개발 역량을 꾸준히 향상시켜오고 있어 선도국가에 기술 경쟁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 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중국인만큼 양자 정보기술개발에 대한 중국 정부 의지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에 비추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중국과학원 시찰, 2018년 중국과학원·중국 공정원 회의, 2020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학습 회의 등 다양한 자리에서 양자통신, 양자컴퓨터 등의 양자정보기술이 미래 경쟁력의 한 축임을 언급해왔다[6].

국가수반의 발언 외에 중국의 주요 국가 정책에도 양자 관련 기술은 꾸준히 포함되어 왔다. 먼저 표 1에서 보이듯 2006년 발표한 ‘국가중장기과학기술 발전계획요강(2006~2020)’에 양자 기술 분야가 포함된 것이 그 시작이며, 이후 양자 관련 기술이 중국의 국가 정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지속해서 증가해 왔다. 2016년 ‘제13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규획(2016~2020)’에서는 양자 관련 기술을 전략 분야로 설정하고 양자통신 분야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2021년에 발표된 ‘제14차 5개년 규획’에서는 양자통신뿐만 아니라 양자정보, 양자 컴퓨터 등 양자정보기술 전반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중국의 양자정보기술 확보 의지가 더욱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3. EU

EU의 양자컴퓨터 관련 정책의 중심은 2018년부터 시작된 ‘양자플래그십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양자플래그십 프로젝트는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를 투자해 양자통신, 양자컴퓨터, 양자센싱, 양자시뮬레이션 등 4개 양자정보기술 분야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업계 및 학계 전문가 5천여 명과 유럽 각국의 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양자 플래그십을 구성하는 총 24개 프로젝트 중 양자컴퓨팅에 관련된 것은 4개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양자플래그십 프로젝트와 더불어 유럽 주요국들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양자정보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2014년 전체 10억 파운드 규모의 민관합동투자 프로그램 ‘국가양자기술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0년 6월 영국 비즈니스에너지산업전략부(BEIS)와 영국 연구 혁신기구(UKRI)는 38개 신규 양자기술개발 프로젝트에 7,000만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영국 정부는 2020년 9월 상용 양자컴퓨터 개발에 1,000만 파운드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술개발은 영국의 에든버러 대학, 미국 캘리포니아의 Regetti computing 등 영국과 미국의 대학, 기관, 기업의 협력을 통해 진행될 계획이며 개발된 양자컴퓨터는 고객들에게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7].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MBF)와 연방경제에너지부(BMWi)는 2021년 100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향후 5년 이내에 자체 구축할 것 등을 포함한 양자정보기술개발 계획을 선보였고, 이를 위해 20억 유로 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8].

네덜란드의 양자컴퓨터 기술개발의 중심에는 국영 응용과학연구소(TNO)와 델프트 대학가 공동 설립한 양자컴퓨터 전문연구기관 QuTech가 있다. QuTech는 네덜란드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으며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9].

4. 국내

국내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의 개발이 정책의 주요 방향에 포함된 것은 오래되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이 제시된 바 있는데, 이 전략은 기술개발의 주요 분야가 양자통신에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이후 2016년 수립된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사업’이 2018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에 실패한 이후 양자정보기술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도전적인 기술 개발 목표와 정책이 다소 부족했던 면이 있었다. 하지만 2021년에 발표된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에서는 2024년까지 50큐비트급 한국형 양자컴퓨팅 시스템(KQIP) 구축을 주요 기술개발 목표로 제시하면서 양자통신, 양자암호 등과 더불어 양자컴퓨터 분야가 본격적으로 관련 기술 정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10월에 발표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에는 2030년까지 수백 큐비트급 한국형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는 양자기술이 포함되어 있어 정부의 양자컴퓨터 기술개발 도전 의지가 더욱 공고해졌음을 보였다[10].

2021년 6월에는 양자기술 경쟁력 강화, 양자산업 활성화 지원 등을 위한 개정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었다. 개정된 특별법은 양자컴퓨터를 포함하는 양자정보기술 관련 연구개발, 인력양성, 국제협력, 표준화 등에 대한 지원근거뿐만 아니라 전담기관 및 산업협력지구 지정 등에 대한 사항을 두루 다루고 있어 향후 양자 기술 및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가능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5. 정책 동향 소결론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추진 중인 양자컴퓨터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우리가 기술 추격국으로서 내놓고 있는 관련 정책과 전략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느껴진다. 우선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축적된 역량과 미래 지향적인 장기 투자가 부족한 것이 두드러진다. 수백 큐비트급의 양자컴퓨터 시스템 개발을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은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술 선도국의 성공사례를 학습해 국내에 적용하는데 그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초전도 방식, 이온트랩 방식 등 양자컴퓨터 구축 사례가 풍부한 기술방식 뿐만 아니라 양자점반도체, 위상차 등 보다 도전적인 기술개발이 더욱 격려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전통적인 컴퓨터가 현재의 모습을 가지기까지 수차례 기술적 변신을 겪었다. 양자컴퓨터 또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성공을 거둔 방식이 수년 후에 나타날 새로운 기술방식에 의해 도태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양자컴퓨터 구현 방식에 대한 역량은 기초과학 역량에 크게 영향받는다. 양자 관련 기초과학 역량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요구된다.

한편, 양자컴퓨터 기술에 관련된 기술블럭화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향도 숙고해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양자컴퓨터 기술 분야의 선도국인 미국은 유럽 각국과 일본, 한국을 자신의 기술블럭에 편입시키기 위해 다양하고 폭넓은 기술 협력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터의 조기 구축을 위해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편리한 전략이겠지만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및 산업의 글로벌 생태계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탐색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경험을 살려 양자컴퓨터 내 핵심 모듈 또는 부품의 생산자로 자리 잡을 것인지 혹은 바이오, 소재, 금융 등 산업에서의 양자컴퓨터 응용 부문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만들 것인지 등과 같은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Ⅲ. 기술 동향

양자컴퓨터 기술개발의 주요 주체들은 IBM, 구글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 IT 기업과 양자컴퓨터에 특화된 스타트업, 주요국의 국가 기관, 대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기술개발 세부 분야가 서로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우선 대학에서는 주로 큐비트 제작과 제어에 관련된 연구와 양자컴퓨터용 알고리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IBM, 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은 자체 기술개발과 인수합병을 통해 양자컴퓨터 구축과 클라우드를 통한 양자컴퓨팅 서비스 제공 등 가장 포괄적인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 기관들은 해당 국가의 역량과 환경에 따라 기초과학 연구, 클라우드를 통한 양자컴퓨팅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 장에서는 우선 가장 포괄적인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거대 IT 기업의 양자컴퓨터 기술개발 동향을 살펴보고 이후 대학, 기관 등에서 진행된 기술개발 현황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1. 주요 기업의 기술개발 동향

표 2[1,11-13]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중에서 눈에 띄는 기술개발 성과를 꾸준히 보이는 곳은 IBM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부터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개발에 성과를 보여온 IBM은 2022년 433큐비트급 프로세서 ‘오스프리’를 선보여 사실상 큐비트 규모 경쟁에서는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물론 큐비트 구현 방식, 양자게이트 오류율, 결맞음 유지 시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큐비트수로만 양자컴퓨터 성능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에 IBM이 양자컴퓨터 분야의 최고 기술 기업이라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체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개발과 더불어 클라우드 서비스 IBM Q를 통해 기업과 연구자들에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IBM이 이 분야에서 가장 포괄적인 기술 역량을 갖춘 기업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다.

표 2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동향

기업·기관 기술개발 내용
IBM • 2000년 Fluorine 원자를 이용한 5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 2016년 초전도 5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및 클라우드 서비스로 공개
• 2017년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 IBMQ 시작
• 2019년 27큐비트 프로세서 ‘팔콘’
• 2020년 65큐비트 프로세서 ‘허밍버드’
• 2021년 127큐비트 프로세서 ‘이글’
• 2022년 433큐비트 프로세서 ‘오스프리’
Quantinuum • 2021년 말 Honeywell Quantum Solutions와 Cambridge Quantum 합병으로 탄생
• 2020년 10큐비트 이온트랩 프로세서 개발
• 2021년 12큐비트 이온트랩 프로세서 개발
구글 • 2014년 NASA와 공동으로 양자인공지능연구소 설립
• 2016년 9큐비트 양자컴퓨터 발표
• 2018년 72큐비트 프로세서 ‘브리슬콘’
• 2019년 53큐비트 프로세서 ‘시커모어’
• 2021년 Quantum AI Campus 개소
IonQ • 2015년 메릴랜드 연구진이 설립
• 2022년 32큐비트 이온트랩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 ‘아리아’ 발표
아마존 • 2019년 타사의 양자컴퓨터 활용이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브래킷’ 발표
MS • 2005년 토폴로지 큐비트 기반 양자컴퓨터 연구 착수
• 2022년 타사의 양자컴퓨터 활용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 Azure Quantum 제공 중
알리바바 • 2015년 양자컴퓨터 전문기관 Alibaba Quantum Lab 설립
• 2018년 11큐비트급 양자컴퓨터와 32큐비트 양자회로 시뮬레이터 발표
• 2020년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전문조직 Alibaba DAMO Academy 설립
• 2020년 클라우드를 통해 접근 가능한 개방형 양자회로 시뮬레이터 ACQDP 공개
[i]

출처 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1,11-13].

Quantinuum은 양자프로세서 개발력을 갖춘 Honeywell사의 양자컴퓨터 부문과 양자컴퓨터 관련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온 Cambridge Quantum이 2021년 말 합병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Quantinuum은 2021년 12큐비트급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를 선보였는데, 이온트랩 방식의 프로세서답게 안정적인 동작 성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IBM과 양자프로세서 큐비트 확장 경쟁을 벌여왔는데, 2019년 구글이 발표한 53큐비트급 프로세서 ‘시커모어’는 세계 최초로 양자계산 우월성을 구현했다. 구글은 무작위 양자회로 샘플링 작업에서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릴 계산을 단 200초만에 수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 또한 IBM과 유사하게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외부 사용자에 개방하고 있으나 대상은 협력 관계를 맺은 연구팀과 기업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와 별개로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킷인 Cirq, 양자화학 라이브러리 Open-Fermion, 양자머신러닝 라이브러리 Tensor-Flow Quantum 등은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IonQ는 이온트랩 기반 양자프로세서와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회사로서 메릴랜드 대학의 양자컴퓨터 연구진이 중심이 되어 2015년 설립되었다. 2022년 현재 32큐비트급의 이온트랩 기반 양자컴퓨터 시스템 ‘아리아’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14]. 이온트랩 기반 양자프로세서는 큐비트 간 연결성이 좋고 게이트 에러율이 낮아 큐비트 규모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과 MS는 자체적인 양자프로세서, 양자컴퓨터 개발보다는 IonQ 등이 개발한 양자컴퓨팅 시스템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연구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은 캐나다 D-Wave, IonQ, Riggetti 등이 개발한 양자컴퓨터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Braket 서비스를 2019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MS는 2005년 자체적인 양자프로세서 개발에 착수한 바 있지만, 현재는 하드웨어 개발보다는 양자컴퓨터 활용 SW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2018년 2월 11큐비트 양자컴퓨팅 클라우드를 출시했으며, 2020년 클라우드를 통해 접근 가능한 개방형 양자회로 시뮬레이터 ACQDP(Alibaba Cloud Quantum Development Platform)를 공개했다.

2. 기타 기술 동향

대학, 정부 기관 등도 양자컴퓨터 기술 생태계의 한 축으로 활발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중국의 경우 대학에서의 양자컴퓨터 기술개발이 두드러진다. 중국과학기술대학(USTC)의 연구팀은 광자를 활용하는 양자컴퓨터 ‘구장’과 초전도 현상에 기반한 양자컴퓨터 ‘조충지’를 개발해오고 있다. 중국과학기술대학은 2020년 76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구장’을 개발해 보존샘플링 문제 풀이에 이용함으로써 양자계산 우월성을 구현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2021년에는 113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구장2’를 개발했다[15]. 초전도 방식의 양자컴퓨터 ‘조충지’는 2022년 현재 2.1버전까지 개발되었으며, 이는 66큐비트급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연구기관 Weizmann Institute에서는 2022년 이스라엘 최초의 5큐비트급 양자컴퓨터 WeizQC를 개발했으며, 양자계산 우월성의 구현이 가능한 64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이다[16].

3. 기술 동향 소결론

양자컴퓨터 개발에 관련된 기술개발 동향을 살펴보면 양자프로세서 큐비트 확대 경쟁에 치중했던 수년 전에 비해 실질적인 양자컴퓨터 성능 향상에 대한 시도에 집중하는 모습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큐비트 확대가 아니라 게이트 오류율과 같은 실질적 성능에 관련된 분야에서 기술 진보가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기술개발 커뮤니티 내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마존, MS 등의 행태에서 알 수 있듯이 양자컴퓨터 성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 양자컴퓨팅 시스템 구축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과 분리되어 가는 추세도 나타나는 듯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현실적 기술 대안이 초전도 방식과 이온트랩 방식으로 고착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즉, 현재 기술 수준에서 양자컴퓨터의 각 기술 부문에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달성할 수 있는 기업, 기관이 구체화되면서 일종의 분업화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 기술개발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향후 양자컴퓨팅 시장이 본격화될 때를 대비해 차별화 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양자컴퓨터 관련 각 기술분야별로 사실상의 기술 표준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양자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술은 기술 선도국 대비 81.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17] 효과적인 기술개발 전략이 요구된다. 우선 큐비트 구현에 있어서 가능하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봄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성능 향상이 가능한 양자컴퓨터 개발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료된다. 아울러 향후 양자컴퓨터의 각 분야 기술에 대한 표준 경쟁이 벌어지는 시기, 신중한 시장 탐색과 과감한 기술 선택을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기회가 있다는 점 또한 양자컴퓨터 기술개발 전략 수립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Ⅳ. 결론

본고에서는 양자정보기술 분야 중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정책과 기술개발 동향을 살펴보았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기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문제해결능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한 정책과 본격적인 투자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보다 효과적인 기술 개발 전략과 정책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이다.

기술 선도국들의 성공사례만 참고해 국내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 되기는 어렵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기술 선도국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 패권 경쟁과 기술 블록화 추세에 적응하고 이를 이용하면서 우리의 미래 기술을 확보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기술 추격자의 입장에 놓여있다고 해서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양자컴퓨터 기술 분야는 아직 우위 기술이 확실시되지 않았고 향후 세부 기술 분야별 표준 경쟁이 벌어질 때 과감한 선택을 통해 기술 우위를 획득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명한 정책과 전략, 집중적인 기술개발 노력이 함께 한다면 우리는 양자컴퓨터 산업에서도 확고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용어해설

양자계산 우월성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특정 문제에 대해 현재의 슈퍼컴퓨터보다 빠르게 연산을 수행하는 것으로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

참고문헌

[1]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양자기술 과학·기술·산업 분석," 2021. 12. 31.

[2] 

씨넷 코리아, "미 양자 컴퓨팅 기술, 중국에 수출 제한," 2021. 11. 30.

[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미래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 연구개발 투자전략』 수립," 2021. 4. 30.

[4] 

YTN사이언스, "미 워싱턴에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 개소," 2022. 9. 22.

[6] 

아주경제, "뒤처지면 뺏긴다…중국 양자통신 기술 박차," 2020. 10. 21.

[10]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12대 국가전략기술, 대한민국 기술주권 책임진다," 2022. 10. 28.

[11] 

김준기, "풀 스택 양자컴퓨터 기술 현황과 전망," 융합기술리뷰, vol 8, 2022. 1.

[12] 

전자신문, "슈퍼컴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IBM 433큐비트 ‘오스프리’ 공개," 2022. 11. 10.

[13] 

연합뉴스, "세계 최대의 통합 양자 컴퓨팅 기업 Quantinuum," 2021. 12. 3.

[15] 

사이언스타임즈, "25억 년 걸릴 계산을 200초에 해결했다?," 2020. 12. 11.

[16] 

The Science Monitor, "이스라엘 첫 양자 컴퓨터 WeizQC 개발," 2020. 3. 29.

[17] 

정보통신기획평가원, "2019년도 ICT 기술수준조사 및 기술경쟁력분석 보고서," 2021. 1. 26.

표 1 주요국의 양자컴퓨터 관련 정책 동향

국가 주요 정책 변화
미국 • 2009년 양자기술비전 수립
• 2016년 양자기술 발전계획 발표
• 2018년 국가양자이니셔티브 법안 제정
• 2020년 양자인터넷 전략 비전 발표
• 2021년 혁신경쟁법 발표
• 2021년 상무부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수출 제재 기업 27개 발표
• 2022년 백악관 산하 국가양자이니셔티브 위원회 신설
중국 • 2006년 국가중장기과학기술발전계획요강(2006~2020) 발표
• 2012년 양자제어연구 국가중대과학기술 프로그램 12 전문 규획 제정
• 2016년 제13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규획(2016~2020)에 양자통신 프로젝트 포함
• 2017년 세계 최대 국립양자기술연구소 설립
• 2021년 제14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규획(2021~2025)에 양자컴퓨터 등 양자정보기술 전반이 포함
EU • 2016년 Quantum Manifesto 발표
• 2018년 양자플래그십 프로젝트 발표
• (영국) 양자기술 관련 대형 프로젝트에 총 10억 파운드 투자 계획 발표
• (독일) 양자컴퓨터 구축 등 양자기술개발에 총 20억 유로 투자계획 발표
• (네덜란드) 양자연구 전문연구기관 QuTech 설립으로 연구역량 고도화
한국 • 2014년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 수립
• 2019년 양자컴퓨팅 기술개발사업 추진계획 마련
• 2021년 미래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양자기술 연구 개발 투자전략 수립

출처 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1].

표 2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동향

기업·기관 기술개발 내용
IBM • 2000년 Fluorine 원자를 이용한 5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 2016년 초전도 5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및 클라우드 서비스로 공개
• 2017년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 IBMQ 시작
• 2019년 27큐비트 프로세서 ‘팔콘’
• 2020년 65큐비트 프로세서 ‘허밍버드’
• 2021년 127큐비트 프로세서 ‘이글’
• 2022년 433큐비트 프로세서 ‘오스프리’
Quantinuum • 2021년 말 Honeywell Quantum Solutions와 Cambridge Quantum 합병으로 탄생
• 2020년 10큐비트 이온트랩 프로세서 개발
• 2021년 12큐비트 이온트랩 프로세서 개발
구글 • 2014년 NASA와 공동으로 양자인공지능연구소 설립
• 2016년 9큐비트 양자컴퓨터 발표
• 2018년 72큐비트 프로세서 ‘브리슬콘’
• 2019년 53큐비트 프로세서 ‘시커모어’
• 2021년 Quantum AI Campus 개소
IonQ • 2015년 메릴랜드 연구진이 설립
• 2022년 32큐비트 이온트랩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 ‘아리아’ 발표
아마존 • 2019년 타사의 양자컴퓨터 활용이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브래킷’ 발표
MS • 2005년 토폴로지 큐비트 기반 양자컴퓨터 연구 착수
• 2022년 타사의 양자컴퓨터 활용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 Azure Quantum 제공 중
알리바바 • 2015년 양자컴퓨터 전문기관 Alibaba Quantum Lab 설립
• 2018년 11큐비트급 양자컴퓨터와 32큐비트 양자회로 시뮬레이터 발표
• 2020년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전문조직 Alibaba DAMO Academy 설립
• 2020년 클라우드를 통해 접근 가능한 개방형 양자회로 시뮬레이터 ACQDP 공개

출처 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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