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Lee S.J.)
김흥준 (Kim H.J.)
방준학 (Bang J.H.)
유종범 (You J.B.)
석재권 (Suk J.K.)
I. 서론
양자정보기술은 컴퓨팅, 통신, 센싱 전반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안전한 원거리 양자 통신과 분산형 양자 컴퓨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충실도(Fidelity)의 양자 상태를 일정 시간 동안 저장하고 필요한 시점에 다시 읽어낼 수 있는 ‘양자메모리’가 필수로 요구된다. 고전 정보와 달리 양자 상태는 복제가 불가능하므로 중간 지점에서 신호를 단순히 증폭하거나 복사하는 방식이 원리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광섬유를 통한 양자 전송은 거리에 따라 지수적인 손실이 발생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자 중 계기(Quantum Repeater)’ 개념이 도입되었다. 양자 중 계기는 전체 통신 구간을 여러 개의 짧은 구간으로 분할하여 인접 노드 간 얽힘을 생성한 뒤, 이를 순차적으로 교환해 양 끝단의 얽힘을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각 구간의 얽힘은 확률적으로 생성되므로, 먼저 성공한 얽힘 상태를 다음 구간이 성공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존하는 양자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단일 양자 프로세서의 집적 한계를 넘어 여러 양자 노드를 광 채널로 연결하는 모듈형 아키텍처에서도 국소 연산 및 얽힘 분배를 매개할 메모리 기능이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그림 1)[1].
양자메모리를 구현하기 위한 물리계로는 원자 앙상블, 이온 트랩, 고체 점결함 등이 활발히 연구되어 왔다. 이중 원자나 이온 기반 플랫폼은 높은 저장 효율과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지만, 복잡한 레이저나 진공 시스템이 요구되어 고밀도 칩 집적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고체 점결함(Point Defects)은 결정 격자 내부에 원자 수준으로 고정된 스핀을 제공하여, 전자스핀의 우수한 양자 제어성과 칩 스케일의 소자화 및 확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고체 점결함 양자메모리 플랫폼 중에서 가장 앞서 연구된 것은 다이아몬드의 질소-빈자리(NV: Nitrogen-Vacancy) 중심이다. NV 중심은 상온 스핀 제어, 밀리초 수준의 긴 결맞음 시간, 그리고 주변 핵스핀을 활용한 다중 노드 얽힘 실증을 통해 양자 네트워크 분야를 선도해 왔다[2,3]. 그러나 질소-빈자리 중심은 영포논선(ZPL)이 637nm의 가시광 영역에 위치하여 파장 변환(Frequency Conversion) 없이 현행 광섬유 통신망과 직접 호환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방출 광자 중 영포논선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수 퍼센트에 그쳐 얽힘 생성률이 제한되며, 단결정 다이아몬드는 대구경 웨이퍼 공급과 도핑 기반의 전기적 제어 등 상용 공정 기술의 성숙도 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다이아몬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용적인 양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최근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실리콘(Si) 내의 점결함이 최적의 대안으로 집중 조명받고 있다. 두 물질은 반도체 산업에서 이미 확립된 대면적 단결정 웨이퍼 공급망과 표준 CMOS 공정 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는 점결함의 양자 특성을 기존 광학 및 전자 소자와 동일한 칩 위에 집적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다수의 양자메모리를 균일한 규격으로 대량 생산해야 하는 향후 실용화 단계에서 결정적인 이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SiC의 실리콘 빈자리(VSi)와 이중 빈자리(Divacancy)는 동적 디커플링(Dynamical Decoupling)을 통해 초 단위의 긴 스핀 결맞음 시간을 달성하였으며, 스핀-전하 변환을 통한 단발 판독(Single-Shot Readout) 등 양자메모리 노드에 필요한 성능들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더불어 Si 내부에 존재하는 T-센터(T-center) 결함은 광통신 O-Band 대역에서 직접 발광하므로 기존 광통신망에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처럼 양자메모리로서 탁월한 잠재력을 지닌 SiC 및 Si 기반 점결함 플랫폼의 최신 연구 동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Ⅱ장에서는 양자 메모리의 공통 평가 지표를 정의한 뒤, SiC와 Si 각 플랫폼의 물질적‧공정적 근거와 대표 점결함의 최근 연구 동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광집적 소자 기술을 차례로 살펴본다. Ⅲ장에서는 주요 기술 과제와 향후 전망을 제시한다.
II. CMOS 호환 점결함 양자메모리 연구 동향
1. 양자메모리 동작 원리와 평가 지표
1.1 점결함 양자메모리의 동작 원리
본고에서 다루는 점결함 양자메모리의 동작 방식은 외부에서 입사하는 광 큐비트를 흡수하여 저장하는 ‘흡수형 양자메모리(Absorptive Quantum Memory)’와 결함 스스로 광자를 방출하며 스핀-광자 얽힘을 생성하는 ‘발광형(얽힘 생성형) 양자메모리(Emission-based Quantum Memory)’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점결함 연구의 상당수는 후자에 집중되어 있으며, 스핀 초기화 및 판독, 스핀-광자 결합(Spin-Photon Coupling), 광자의 구별 불가능성(Indistinguishability), 핵스핀 결맞음(Coherence) 등의 핵심 구성 요소별 성능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흡수형 양자메모리에서는 비행 큐비트인 입사 광자의 양자 상태를 결함의 스핀 상태로 매핑(Mapping)하여 저장한 뒤, 필요시 다시 광자로 재생한다. 반면 발광형 양자메모리에서는 결함 스핀과 여기서 방출된 광자 사이에 얽힘을 생성하고, 이 광자를 원격 노드로 보내 벨 상태 측정(Bell-State Measurement)을 수행함으로써 노드 간 원격 얽힘을 확립한다. 점결함은 스핀 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광학적 전이(Optical Transition) 특성을 가지므로 빛을 이용하여 스핀을 초기화 및 판독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파 및 RF 신호를 통해 스핀의 상태를 제어할 수 있다. 전형적인 양자메모리의 얽힘 동작은 다음과 같이 초기화, 기록 및 기본 저장, 확장 저장, 판독의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그림 2).
• 초기화(Initialization): 광 펌핑(Optical Pumping)을 통해 전자스핀을 특정한 기저 상태로 정렬한다.
• 기록 및 기본 저장(Writing & Primary Storage): 입사 광자의 상태를 전자스핀에 매핑하거나, 결함이 광자를 방출하게 하여 전자스핀-광자 간 얽힘을 생성한다. 이때 마이크로파(Microwave) 펄스를 사용하여 전자스핀의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기록한다. 점결함의 전자스핀은 그 자체로 수 밀리초 이상의 긴 결맞음 시간을 유지할 수 있어 기록과 저장이 하나의 단계로 통합되어 이루어지며, 단독으로도 강력한 양자메모리 노드로 기능한다.
• 확장 저장(Extended Storage, 선택적): 3노드 이상의 복잡한 양자 네트워크 구성이나 더 긴 저장 시간이 요구될 경우, RF(Radio Frequency) 신호를 인가하여 초미세 상호작용(Hyperfine Interaction)으로 결합된 인접 핵스핀(예: 13C, 29Si)으로 전자스핀의 양자 상태를 넘겨 장기 보존한다.
• 판독(Readout): 전자스핀(또는 핵스핀에서 전자 스핀으로 되돌려진) 상태를 광학적 전이를 통해 다시 광자로 방출시키거나, 스핀-전하 변환 등을 통한 형광 신호로 검출하여 읽어낸다.
이러한 각 동작 단계의 성능은 서로 다른 물리적 요인에 의해 제한된다. 초기화와 판독의 충실도는 광학 전이의 스핀 선택성 및 광자 수집 효율에 좌우되며, 기록 효율은 결함과 광학 모드 간의 결합 세기 및 방출 광자의 구별 불가능성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저장 시간은 전자스핀과 주변 핵스핀의 결맞음 특성에 의존한다. 다음 절에서 기술할 평가지표들은 이와 같은 각 단계의 성능을 정량화한 것으로, 다양한 고체 플랫폼들의 기술적 성숙도를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는 핵심 척도가 된다.
1.2 스핀 결맞음 시간
스핀 큐비트의 결맞음 특성은 세 가지 시간 척도로 기술된다. 에너지 완화 시간 T1은 들뜬 스핀이 격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열적 평형에 되돌아가는 시간으로 저장 시간의 절대적 상한을 결정하고, 스핀 결맞음 시간 T2는 중첩 상태의 위상 정보가 보존되는 시간이며, 자유 유도 감쇠 시간 T2* 는 비균질 확장이 포함된 척도로 통상 T2보다 짧다. 에너지 완화 시간 T1은 대기 시간에 따른 스핀 점유도 변화로, 자유 유도 감쇠 시간 T2* 는 램지(Ramsey) 방식으로, 스핀 결맞음 시간 T2는 Hahn Echo 방식으로 측정된다(그림 3).
결맞음을 저하시키는 잡음원은 주변 핵스핀이 만드는 요동 자기장, 결정 결함과 표면 상태에 포획된 전하가 만드는 전기장 요동, 그리고 격자 진동에 의한 완화로 구분된다. 벌크 고순도 결정에서는 주변 핵스핀 잡음이 주요 결맞음 제한 요인이며, 나노구조에서는 표면 상태와 전하 잡음, 공정 손상의 영향이 추가로 중요해진다.
결맞음 시간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동위원소 정제와 동적 디커플링이 널리 사용된다. 따라서 동일한 결함이라도 Hahn Echo 조건과 동적 디커플링 조건에서 얻어지는 T2가 수십 배 이상 차이를 보일 수 있으므로, 보고된 값을 비교할 때는 측정 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1.3 스핀-광자 인터페이스와 광자 추출
양자메모리가 광 네트워크와 연결되려면 단일 스핀이 단일 광자를 효율적으로 방출‧흡수해야 한다. 방출 광자 가운데 격자 진동을 동반하지 않는 ZPL 성분의 비율을 디바이-발러 인자(DWF: Debye-Waller Factor)라 하며, DWF가 클수록 전체 방출 중 양자 간섭에 이용할 수 있는 ZPL 광자의 비율이 증가한다(그림 4). 다만 광자의 구별 불가능성은 DWF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순수 탈위상과 스펙트럼 확산을 포함한 광학 선폭 및 시간적 안정성에 함께 좌우된다. 점결함은 방출광의 상당 부분이 포논 측대역으로 분산되므로, 광공진기에 결합하여 퍼셀(Purcell) 효과로 ZPL 방출률을 선택적으로 증대시키는 접근이 표준적이며 퍼셀 인자가 결합 성능의 척도가 된다.
광자의 구별 불가능성은 홍-오우-만델 간섭의 가시도로 정량화된다. 서로 다른 소자에서 방출된 광자가 간섭하려면 파장뿐만 아니라 편광, 시간 파형, 선폭이 모두 일치해야 하며, 특히 광학 전이 선폭이 자연 선폭에 근접해야 한다. 결함 주변의 전하 잡음에 의한 스펙트럼 확산은 이 조건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결함이 방출한 광자가 검출기나 광섬유에 도달하는 비율은 얽힘 생성률을 좌우한다. SiC와 Si는 굴절률이 각각 약 2.6과 3.5로 높아 벌크 구조에서는 방출광의 대부분이 전반사로 결정 내부에 갇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체 침지 렌즈를 가공하거나 도파로와 광공진기에 결함을 결합하여 방출을 특정 모드로 유도하며, 칩에서 광섬유로 전달되는 결합 효율까지 포함한 전체 추출 효율이 최종 성능을 결정한다.
1.4 동작 파장과 동작 온도
결함의 영포논선 파장이 광섬유 저손실 대역에 위치하면 양자 주파수 변환 없이 기존 광통신망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 실리카 광섬유의 저손실 창은 O-Band(1,260~1,360nm)와 C+L-Band (1,530~1,625nm)에 걸쳐 있으며, 대역을 벗어나는 결함은 비선형 광소자를 이용한 주파수 변환이 필요하고, 그 변환 효율과 부가 잡음이 손실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작 온도 또한 실용화 관점에서 중요한 지표이다. 일부 결함은 상온에서도 스핀 제어가 가능하지만 결맞음 시간이 짧아지고 광학 선폭이 넓어져 광자 기반 얽힘 생성에는 적합하지 않다. 본 논문에서 다루는 SiC와 Si 점결함에서 자연 선폭에 근접한 광학 전이와 고신뢰도 광학 판독을 확보하려면 대체로 수 K에서 10K 이하의 극저온 동작이 요구된다.
1.5 핵스핀 레지스터
결함 주변의 핵스핀은 전자스핀보다 자기 회전비가 작아 환경과의 결합이 약하고 훨씬 긴 결맞음 시간을 갖는다. 앞서 기술한 전자스핀-핵스핀 역할 분담은 저장 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핵스핀을 이용한 양자 오류 정정과 얽힘 정제를 가능하게 하므로, 개별 제어가 가능한 핵스핀의 수가 구현 범위를 결정한다.
이상의 지표를 기준으로, 본고에서 다루는 세 가지 점결함의 결함 구조와 바닥상태 스핀 준위를 그림 5에 정리하였다.
2. SiC 기반 양자메모리
2.1 물질적 특성과 결정 구조
실리콘카바이드는 약 3.2eV의 넓은 밴드갭을 갖는 화합물 반도체로서, 가시광부터 근적외선까지 넓은 범위에서 투명하다[4,5]. 이에 따라 밴드갭 내부에 형성되는 점결함의 광학 전이가 호스트에 흡수되지 않고 외부로 추출될 수 있으며, 이는 색중심 양자소자의 기본 조건이다. 넓은 밴드갭은 깊은 결함 준위와 복수의 전하상태를 형성‧제어할 수 있는 넓은 에너지 창을 제공하는데, 점결함의 양자 특성은 특정 전하 상태에서만 발현되므로 원하는 전하 상태의 유지가 실용성을 좌우한다.
SiC는 넓은 밴드갭 반도체 가운데 드물게 n형과 p형 도핑이 모두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는 결함을 다이오드 구조 내부에 배치하고 공핍 영역의 위치를 조절하여 전하 상태를 제어하거나, 전압을 인가하여 전기적 슈타르크 효과로 광학 전이 주파수를 미세 조정하는 등 전기적 기능을 소자에 통합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높은 열전도도와 화학적 안정성, 우수한 방사선 내성을 갖추고 있어 극한 환경에서의 동작이 요구되는 응용에도 적합하다.
SiC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정 다형성이다. SiC는 Si-C 이중층의 적층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결정 구조를 가지며, 입방정 구조인 3C를 비롯하여 4H, 6H 등 200종 이상의 폴리타입이 존재한다. 폴리타입에 따라 밴드갭과 전자 이동도가 달라지며, 결함의 에너지 준위와 광학 전이 파장도 함께 변한다. 양자 응용에서는 결정 품질과 웨이퍼 공급 측면에서 유리한 4H-SiC가 표준적으로 사용된다.
4H-SiC의 단위 격자는 비등가인 육방형(h)과 준입방형(k)의 두 격자 위치를 포함한다. 그 결과 같은 종류의 결함이라도 형성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영포논선과 영자기장 분할을 갖는 복수의 변종으로 나타난다. 이는 응용 목적에 따라 결함을 선택할 자유도를 주는 한편, 결함 종의 동정과 소자 간 균일성 확보에는 부담이 된다. 성장 조건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폴리타입 혼입이나 적층 결함도 생길 수 있어, 결정 성장 단계의 폴리타입 제어가 소자 품질의 전제가 된다.
2.2 결정 성장과 광집적 플랫폼
SiC는 전력반도체와 고온‧고주파 전자소자 분야에서 이미 산업적 기반이 형성되어 있다. 벌크 단결정은 주로 물리적 기상 수송법으로, 소자층은 화학 기상 증착 에피층으로 형성된다. 전기자동차용 전력 소자 수요에 힘입어 웨이퍼 직경이 확대되고 결정 결함 밀도와 표면 품질도 개선되어, 대면적 고품질 기판을 상용 공급망에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색중심 호스트가 갖지 못한 이점이다.
동위원소 정제 역시 가능하다. SiC에서 핵스핀을 갖는 원소는 29Si와 13C이며 자연 존재비가 각각 약 4.7%와 1.1%로 낮아 자연 조성에서도 핵스핀 잡음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28Si‧12C로 정제된 원료를 사용하면 잡음을 추가로 억제하여 결맞음 시간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나, 정제 원료 확보와 성장 공정 최적화가 함께 요구되어 아직 연구 단계에 있다.
점결함을 광소자와 결합하려면 광학적 구속이 가능한 박막 구조가 필요하며, SiC에서는 절연층 위에 단결정 박막을 형성한 SiC-on-Insulator(SiCOI) 기판이 이 역할을 한다. 웨이퍼 본딩과 연마 또는 이온 주입 박리 공정으로 박막을 전사하는 방식이 개발되어, 광결정 공진기와 마이크로링 공진기, 나노빔 도파로 등이 제작되고 있다[6]. SiC는 이차 비선형 계수를 가져 동일 플랫폼에서 파장 변환 소자를 함께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결과적으로 SiC는 점결함 스핀, 광도파로와 광공진기, 그리고 전기적 제어소자를 하나의 칩에 구현할 수 있는 양자광집적 플랫폼으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통합 가능성은 개별 결함의 성능 지표가 다소 낮더라도 소자 수준의 재현성과 확장성 확보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
2.3 실리콘 빈자리(VSi)
SiC에는 탄소 빈자리, 실리콘 빈자리, 치환형 불순물 및 빈자리 복합체 등 다양한 점결함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양자메모리와 스핀-광자 인터페이스 후보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결함은 음전하 상태의 실리콘 빈자리 VSi-와 중성 이중 빈자리 VV0이며, 이 밖에 텔레콤 대역에서 발광하는 전이금속 결함도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4,5]. 실리콘 빈자리는 SiC 결정에서 실리콘 원자 하나가 제거된 결함이고, 이중 빈자리는 서로 인접한 실리콘 원자와 탄소 원자가 함께 제거된 복합결함이다.
실리콘 빈자리의 대표적 전하 상태인 VSi-는 바닥상태 스핀 S=3/2을 가지며, 4H-SiC에서는 비등가 격자 위치에 따라 V1(약 861nm)과 V2(약 917nm) 중심으로 구분된다. 광학적 여기 후 스핀 의존적 항간교차를 이용하여 특정 스핀 상태로 편극할 수 있다[4,5].
실리콘 빈자리는 상온에서도 광검출 자기공명(ODMR: Optically Detected Magnetic Resonance)과 단일 스핀 결맞음 제어가 가능하며, 특히 V2 중심은 c축에 대한 높은 대칭성으로 센싱과 스핀-광자 인터페이스 모두에 활용될 수 있다[4,5]. 결맞음 시간은 측정 조건에 크게 좌우되어, 상용 웨이퍼의 단일 결함을 상온 Hahn Echo로 측정하면 수십 μs 수준이지만 불순물 농도가 낮은 CVD 성장 결정의 단일 V1 중심에서는 약 0.85ms가 보고되었다. 자연 조성에서도 동적 디커플링을 적용하면 20ms 이상이 관측된다.
실리콘 빈자리의 S=3/2 스핀 구조는 ∣ms∣=1/2 및 ∣ms∣=3/2에 해당하는 다중 스핀 준위를 제공한다. 이러한 다준위 구조는 복수의 스핀 전이를 이용한 양자센싱이나 다준위 큐디트 구현에 활용될 수 있다[5].
실리콘 빈자리의 주요 과제는 스핀 판독 신뢰도와 광자 수집 효율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광이온화로 발생한 전하를 검출하는 광전기 자기공명(PDMR: Photoelectrically Detected Magnetic Resonance)이 연구되고 있으며, 수집 광학계를 줄이고 결함 스핀을 반도체 회로와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7]. 최근에는 이 판독이 상온 단일 스핀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다[8].
전기장에 의한 결함 제어 역시 중요한 연구 방향이다. 다이오드 또는 전극 구조에 인가되는 전압을 이용하여 결함의 전하상태와 형광 특성을 제어할 수 있으며, 전기적 Stark 효과를 통해 광학 전이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다[9]. 이 기술은 서로 다른 결함에서 방출되는 광자의 주파수를 일치시키고, 원격 결함 간 광자 간섭을 구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2.4 이중 빈자리(Divacancy)
중성 이중 빈자리 VV0는 서로 인접한 실리콘 원자와 탄소 원자가 제거되어 형성되며, 바닥상태 스핀 S=1을 갖는다. 이는 다이아몬드 질소-빈자리 중심과 유사한 삼중항 스핀 구조를 형성하지만, SiC의 결정학적 다형성과 복수의 격자 위치로 인해 다양한 결함 구성을 가질 수 있다[4,5].
4H-SiC에서는 두 빈자리가 각각 h 또는 k 위치에 존재할 수 있어 hh, kk, hk, kh의 네 가지 구성이 형성되며, 각각 PL1–PL4로 구분되어 약 1.08~1.13μm의 근적외선에서 서로 다른 ZPL을 나타낸다. 이중 빈자리의 스핀 선택적 광학 전이와 광학적 초기화‧제어가 구현되어 고신뢰도 적외선 스핀-광자 인터페이스의 가능성이 입증되었다[10].
이중 빈자리의 대표적인 장점은 긴 스핀 결맞음 시간이다. 앞서 기술한 낮은 핵스핀 존재비 덕분에 천연 동위원소 조성의 4H-SiC에서도 Hahn Echo 측정에서 약 1.3ms의 스핀 결맞음 시간 T2가 보고되었으며, 동위원소 정제와 동적 디커플링을 병행하면 결맞음 시간을 크게 연장할 수 있다[11].
최근에는 단일 이중 빈자리에서 스핀-전하 변환(SCC: Spin-to-Charge Conversion)을 이용한 단발 판독이 구현되었다. 스핀 상태를 수명이 긴 전하 상태로 변환한 뒤 반복 측정하여 높은 판독 신뢰도를 확보하였으며, 동적 디커플링 조건에서 약 5초의 결맞음 시간이 관측되었다[12].
이중 빈자리의 전자스핀은 인접한 29Si‧13C 핵스핀과 초미세 상호작용하므로, 앞서 기술한 전자스핀-핵스핀 레지스터를 구성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자스핀과 인접 13C 핵스핀 사이의 얽힘을 생성하고 이를 SiCOI 광도파로에 집적한 양자 레지스터가 보고되었다(그림 6). 집적 전 0.89였던 벨 상태 충실도가 집적 후에도 0.88로 유지되어, 나노가공이 스핀‧광학 특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음을 보였다[13].
이중 빈자리의 스핀 결맞음은 자기장뿐만 아니라 전기장과 온도 변화에도 영향받는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시계 전이와 연속 마이크로파 드레싱으로 요동에 강인한 보호 큐비트를 구성하는 방법이 연구되었으며[14], 실제 반도체 칩의 전하 잡음과 열적 변동에 대응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기존 PL1–PL4와 구조적‧광학적으로 유사한 PL5–PL7 결함에 대한 연구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PL6 중심은 높은 광학적 안정성과 공명 여기 조건에서의 광이온화 내성을 보이며, 집속 헬륨 이온빔으로 단일 PL6‧PL4 결함을 원하는 위치에 배열 형성하고 안정적인 공명 형광을 관측한 결과가 발표되어 위치 제어와 나노광소자 집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15].
2.5 SiC 플랫폼의 이점과 한계
고체 색중심 가운데 다이아몬드 질소-빈자리 중심은 결맞음 특성에서 가장 앞서 있으나, 대면적 단결정 성장이 어렵고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미세가공에 제약이 있으며 도핑을 통한 전기적 제어도 까다롭다. SiC의 강점은 개별 결함의 스핀 성능이 아니라 웨이퍼 크기, 가공 자유도, 도핑 제어를 함께 갖추어 소자 수준의 재현성과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다만, SiC의 대표적 결함은 발광 파장이 근적외선에 위치하여 광섬유 최소 손실 대역과 차이가 있으므로, 장거리 양자통신에 적용하려면 양자 주파수 변환이 추가로 요구된다.
3. Si 기반 양자메모리
3.1 Si 플랫폼의 필요성
Si는 CMOS 전자공정과 실리콘 포토닉스 산업 기반이 가장 성숙한 반도체 재료이다. SOI(Silicon-On-Insulator) 기판에는 광도파로, 광공진기, 광검출기, 전극 및 제어회로를 집적할 수 있으며, 스핀이 없는 28Si를 사용하면 29Si 핵스핀에 의한 자기 잡음을 줄일 수 있다. Si에서 연구되는 양자메모리 방식으로는 28Si 내 인(P) 도너의 전자‧핵스핀을 이용하여 긴 저장 시간을 확보하는 도너 스핀 방식, 미세 전극으로 형성한 양자점의 전자스핀을 이용하여 전기적 제어와 고밀도 집적에 유리한 게이트 정의 양자점 방식, 그리고 점결함의 전자‧핵스핀과 광학 전이를 함께 이용하는 광학 활성 점결함 방식이 있다. 앞의 두 방식은 광자-스핀 변환 구조가 별도로 요구되는 반면, 광학 활성 점결함은 통신 대역 광학 전이를 직접 제공한다는 점에서 광 네트워크 연결에 유리하다[16-20].
T-center 기반 양자메모리는 통신 파장 호환성, 긴스핀 결맞음 시간, 효율적인 스핀-광자 인터페이스 및 CMOS 집적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 1,326nm의 광학 전이는 주파수 변환 없이 광섬유와 직접 연결되고, 전자스핀은 통신 큐비트로, 수소 또는 주변 Si 핵스핀은 메모리 큐비트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약한 영포논선 방출, 계면 전하와 잔류 결함에 의한 스펙트럼 확산, 수 K 수준의 극저온 동작, 결함의 위치‧농도 제어가 해결되어야 한다.
Si T-center 기술은 2020년 정제 28Si에서의 광학‧스핀 특성 규명 이후 이온주입 형성 공정, 단일 스핀의 광학 관측, 도파로 집적과 앙상블 메모리 프로토콜, 광공진기 결합, 전기 여기와 다중 공진기 집적을 거쳐 2026년 전자‧핵스핀 3-큐비트 레지스터와 동위원소 공학으로 발전하고 있다[17-29]. 다만 현재까지의 연구는 단일 결함의 스핀 초기화‧제어‧판독과 핵스핀 레지스터, 앙상블 광메모리의 가능성 검증이 중심이며, 외부에서 입사한 임의의 광큐비트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완결형 실증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3.2 T-center 소재 및 결함 형성 기술
T-center는 Si 격자 내 두 개의 탄소 원자와 한 개의 수소 원자로 구성되는 C-C-H 복합 점결함이다. 결함의 비공유 전자는 전자스핀 S=1/2을 형성하며, 수소 핵스핀과 초미세 상호작용을 한다. 광여기 시에는 결함 결합 엑시톤(Defect-Bound Exciton)이 형성되고, 약 1,326nm의 통신 O-Band에서 TX₀ 광학 전이가 발생한다[17,19].
T-center의 광학 및 스핀 특성은 Si의 동위원소 조성에 크게 좌우된다. 자연 상태의 실리콘은 28Si 92.2%, 29Si 4.7%, 30Si 3.1%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핵스핀 1/2을 갖는 29Si가 자기 잡음의 주된 원인이 된다. 29Si를 제거한 정제 28Si 기판을 사용하면 자연 조성 대비 영포논선 선폭이 약 200배 감소하며, 28Si 벌크에서는 약 33 MHz의 앙상블 선폭이 보고되었다. 또한, 전자스핀과 수소 핵스핀의 결맞음 시간이 각각 약 2.1ms와 1.1s로 보고되었다[17]. 정제 28Si 기판은 해외 일부 기관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생산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T-center는 일반적으로 탄소와 수소의 순차적 이온주입, 주입 손상 회복을 위한 고온 열처리, 그리고 결함 활성화를 위한 후속 저온 열처리를 통해 형성된다[18]. 결함 밀도와 광학 선폭은 주입량과 주입 깊이, 열처리 온도 및 수소 공급 방식에 민감하며, 보고된 최적 조건도 기판과 공정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높은 생성 수율과 낮은 비균질 선폭을 동시에 확보하는 표준 공정창의 확립이 핵심 과제이다.
3.3 공진기 결합 및 스핀-광자 인터페이스
T-center의 전자스핀은 스핀 선택적인 TX0 전이를 이용해 광학적으로 초기화하고 판독할 수 있다. 전자스핀은 통신 파장 광자와 직접 상호작용하고, 수소 및 주변 Si 핵스핀과도 결합하므로 광자와 장수명 스핀메모리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로 활용될 수 있다.
SOI 광구조에서 단일 T-center의 광학 초기화와 판독이 실증되었으며[20], 이후 Si 광도파로에 T-center 앙상블을 집적한 결과가 보고되었다[22]. 다만, T-center는 전체 방출 가운데 포논 측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영포논선 단일광자의 생성 효율과 구별 불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광결정 나노공진기와 결합하여 퍼셀 효과로 영포논선 방출을 강화하고 광섬유 전달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23]. 도파로‧광섬유 결합 등 소자 관점의 논의는 Ⅱ장 4절에서 상세히 다룬다.
서로 다른 T-center의 광자를 이용해 원격 얽힘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광학 주파수와 파형을 일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전기장 기반 Stark Tuning, 공진기 주파수 조절, 저잡음 Si/SiO2 계면 및 능동 주파수 안정화 기술이 요구된다[24,27].
이후 그림 7과 같이 1차원 나노 공진기와 Grating Coupler를 결합한 소자가 보고되었다. 해당 소자에서는 한 방향 Grating Coupler 결합 효율 46.1%, 공진기 결합에 따른 형광 감쇠율 증강(퍼셀 인자) 6.89, g(2)(0)=0.024±0.018, 평균 영포논선 광자 검출률 73.3kHz가 보고되었다[23].
T-center를 양자중계기에 활용하려면 광자 큐비트와 공진기의 파장 가변 범위, 디바이-발러 인자 등도 확보되어야 한다. 광자 큐비트 파장은 전기장‧응력‧온도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전기장 기반으로 수 GHz 수준의 조정이 보고되었다. 공진기 파장은 응축 가스층 두께나 국소 가열로 정합할 수 있다.
3.4 스핀 양자메모리 및 제어 기술
단일 T-center 양자메모리에서는 전자스핀을 광자와 결합하는 통신 큐비트로 사용하고, 1H 또는 주변 29Si 핵스핀을 장수명 저장 큐비트로 사용한다. 공명 광펄스로 전자스핀을 초기화‧판독하고, 마이크로파와 RF 펄스로 전자 및 핵스핀을 제어한다. 전자-핵스핀 초미세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전자스핀의 상태를 핵스핀에 저장한 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2026년에는 SOI 광도파로에 집적된 단일 T-center에서 전자스핀, 수소 핵스핀 및 Si 핵스핀으로 구성된 3-큐비트 레지스터가 실증되었다[28]. 전자, 수소 핵 및 Si 핵스핀의 스핀 에코 결맞음 시간은 각각 0.41ms, 112ms 및 67ms로 측정되었으며, 두 핵스핀 사이의 얽힘도 생성되었다.
향후에는 광자 상태의 전자스핀 매핑, 핵스핀 저장, 온디맨드 광학 재생을 하나의 연속된 프로토콜로 구현하고, 반복적인 광학 초기화 중에도 저장된 핵스핀 상태를 보호하는 동적 디커플링과 고충실도 판독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3.5 앙상블 메모리 및 광전 직접 기술
T-center 앙상블에서는 Λ 또는 V형 준위 구조와 집단 스핀 결맞음을 이용해 광자의 양자상태를 저장할 수 있다. 협대역 광신호에는 EIT(Electromagnetically Induced Transparency), 넓은 대역의 광펄스에는 ATS (Autler-Townes Splitting)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T-center 앙상블에서는 보정 공명 광학 깊이 OD=0.009가 측정되었으며, OD를 27 수준으로 높일 경우 약 70% 이상의 이론적 저장 효율이 예측되었다[21]. 그러나 결함 농도가 증가하면 주입 손상과 비균일 선폭도 함께 증가할 수 있어, 고농도 28Si 결함 형성, 배향 선택 및 공진기 기반 광경로 증강이 필요하다.
광전 집적 측면에서는 Si 광도파로, 광공진기 및 p-i-n 다이오드를 결합한 단일 T-center의 전기 여기와 조건부 스핀 초기화가 실증되어, T-center 기반 양자메모리가 광소자‧전자소자와 함께 단일 칩에 집적될 수 있음을 보였다[26]. 실제 모듈 구현에 필요한 도파로, 파장 정합, 광섬유 결합, 웨이퍼 레벨 집적 등 소자 기술의 세부 사항은 Ⅱ장 4절에서 다룬다.
지금까지 살펴본 SiC 실리콘 빈자리와 이중 빈자리, Si T-center의 주요 특성을 표 1에 정리하였다.
표 1 CMOS 호환 점결함 양자메모리 플랫폼의 주요 특성 비교
4. 광집적 소자기술
4.1 도파로 소자
CMOS 호환 양자 점결함에서 생성된 얽힘 광자를 원하는 경로로 전달하거나 주변 광소자와 연결하기 위해 도파로 소자 기술 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대표적인 도파로 소자로는 코어층을 모두 식각하여 높은 광 구속을 제공하는 채널 도파로와 코어층을 부분 식각하여 전파 손실과 공정 민감도를 낮추는 립 도파로가 있다.
점결함의 방출광을 칩 외부로 전달하려면 결함-도파로 모드 결합비, 도파로 전파 손실, 칩-광섬유 결합 효율을 함께 최적화해야 한다. 단일 모드 도파로는 방출광이 여러 모드로 분산되는 것을 억제하지만, 지나치게 작은 단면은 측벽 거칠기와의 모드 중첩을 키워 산란 손실을 높인다. 채널 또는 립 구조의 폭과 식각 깊이를 조절하여 높은 결함-모드 결합과 낮은 전파 손실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며, 도파로 모드 분포와 쌍극자 위치에 따른 퍼셀 인자를 계산한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그림 8)[22].
4.2 공진기-결함 전이의 파장 정합 기술
실리콘 T-center 기반 양자메모리에서는 개별 T-center의 광학 전이 파장과 집적 나노 공진기의 공진 파장을 정밀하게 일치시켜야 한다. T-center의 광학 전이 주파수는 결함의 결정학적 방향, 주변 응력, 계면 전하, 이온주입 손상과 국부 전기장 환경에 따라 소자별로 달라지고, 나노 공진기의 공진 파장 또한 제작 오차에 민감하므로 능동적인 파장 정합 수단이 요구된다.
아직 T-center 양자메모리에서 통합 실증되지는 않았으나, DC-Kerr 효과는 극저온에서 공진기 파장을 능동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유망한 CMOS 호환 접근이다. DC-Kerr 소자는 실리콘에 강한 전기장을 인가하여 유효굴절률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공진기의 공진 파장과 전달 광의 위상을 제어한다. 자유 반송자의 주입이나 공핍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 도펀트 동결과 자유 반송자 흡수가 문제가 되는 극저온 환경에 적합하다.
그림 9는 DC-Kerr 효과를 이용한 실리콘 광변조기의 단면 및 소자 구조를 나타낸다. 도파로 영역에 PIN 접합을 형성하여 강한 전기장을 인가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30]. 동일한 전기장은 T-center의 광학 전이 에너지를 Stark 효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따라서 공진기 영역의 DC-Kerr 제어와 T-center 영역의 국부 전계 제어를 결합하면, 광공진 모드와 결함 전이를 통합적으로 조절하여 상호 공진 조건을 제어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공진기–T-center 파장 정합, 개별 결함 간 주파수 편차 보정 등의 제어를 하나의 CMOS 호환 플랫폼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4.3 광섬유 결합 소자
CMOS 호환 양자 점결함에서 생성되는 얽힘 광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소자 내부의 광자를 낮은 손실로 추출하고 외부 광섬유로 전달할 수 있는 고효율 광 결합 소자 기술이 필수적이다. 메릴랜드 대학은 2023년 실리콘 T-center 연구에서 70% 수준의 결합 효율을 제공하는 광 결합 소자 기술을 보고하였다[31].
해당 소자는 도파로 역 테이퍼 구조로 결합 단면에서 광 모드를 확장하여 렌즈형 광섬유 모드와 정합하며, 420nm 폭의 나노빔을 12μm 길이에 걸쳐 150nm까지 축소하여 71%의 결합 효율을 얻었다.
양자메모리 집적 플랫폼에서는 광모드 확장 구조 등 높은 광자 추출 효율을 제공하는 광섬유 결합 소자 기술의 확보와 극저온 환경에서의 광섬유 정렬오차와 패키징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결합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4.4 웨이퍼 레벨 집적화
현재 양자 점결함 기반 도파로와 나노광학 소자는 높은 해상도와 설계 자유도를 위해 주로 전자빔 리소그래피로 제작되며, 고품위 광결정 나노공진기 구현에는 특히 유리하다. 그러나 노광 면적이 커지면 공정 시간이 급증하고 필드 스티칭 오차가 발생하여 웨이퍼 레벨 양산에는 제약이 있다.
따라서 나노공진기 구현에는 전자빔 리소그래피를 적용하고 주변 광소자에는 KrF 또는 ArF 기반의 광학식 스캐너 공정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공정 전략이 양자 점결함 소자의 산업화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광학 리소그래피로 정의된 이온주입 마스크를 이용하여 웨이퍼 내 목표 위치에 점결함을 선택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면 양자 점결함 소자의 웨이퍼 레벨 집적과 저가‧대량 생산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그림 10).
점결함을 전기적으로 제어하거나 공진 파장을 조절하는 전극 구조를 함께 집적하려면 웨이퍼 레벨의 상부 클래딩 형성 공정이 필요하다. 다만, 점결함이 형성된 국부 영역에 후속 전자빔 리소그래피로 고해상도 나노공진기를 제작하려면 해당 영역의 클래딩을 선택적으로 제거해야 하므로, 선택적 이온 주입과 클래딩 증착, 개구 공정을 연계하는 공정 설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공정은 대구경 웨이퍼 기반의 일괄 제작과 고정밀 나노공진기 형성을 결합할 수 있으며, 공정 모니터 구조와 광학 시험 소자를 동일 웨이퍼에 배치하면 도파로 손실, 광결합 효율, 공진 특성과 웨이퍼 내 균일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III. 결론 및 기술 과제
본고에서는 CMOS 호환 플랫폼인 SiC와 Si의 점 결함을 기반으로 하는 양자메모리 기술의 동향을 살펴보았다. 두 물질은 모두 반도체 산업에서 축적된 결정 성장과 미세 공정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 점결함의 양자 특성을 광소자 및 전자소자와 함께 집적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SiC는 넓은 밴드갭과 n형‧p형 도핑 자유도, 대면적 웨이퍼 공급망을 바탕으로 상온 스핀 제어와 전기적 제어 기능의 소자 통합에 유리하며, 실리콘 빈자리와 이중 빈자리에서 긴 결맞음 시간과 전자스핀-핵스핀 레지스터, 단발 판독이 구현되었다. Si는 광통신 대역에서 직접 발광하는 색중심과 성숙한 광집적 공정을 활용할 수 있어 광 네트워크 연결성과 대규모 집적에 유리하며, T-center를 중심으로 공진기 결합과 광섬유 전달 효율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두 플랫폼에 공통으로 남은 과제는 세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결함 형성 위치와 수율, 전하상태 안정화, 나노가공 후 광학‧스핀 결맞음 보존을 포함하는 소재‧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둘째, 영포논선 방출과 광자 구별 불가능성, 결함-공진기 정합, 도파로‧광섬유 결합, 그리고 SiC의 통신 대역 주파수 변환을 아우르는 스핀-광자 인터페이스를 고도화해야 한다. 셋째, 고충실도 초기화‧판독과 다중 노드 제어 배선, 열부하 및 극저온 패키징을 포함하는 시스템 집적 기술이 요구된다.
이 과제들은 개별 결함의 물성 개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결정 성장에서 소자 공정과 패키징, 제어 전자계에 이르는 전 주기의 기술 통합을 요구한다. 향후의 핵심 이정표는 동일한 집적 소자에서 스핀-광자 얽힘 생성, 핵스핀으로의 상태 전송, 장시간 저장, 온디맨드 광학 재생을 하나의 연속된 프로토콜로 구현하고 그 전체 효율과 충실도를 정량화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양자중계기 노드와 분산형 양자컴퓨팅의 모듈형 구조를 반도체 공정 기반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용어해설
동적 디커플링(Dynamical Decoupling) 마이크로파 π 펄스를 주기적으로 인가하여 환경 잡음의 영향을 시간 평균에서 상쇄시키는 기법으로, CPMG, XY-8 등의 펄스열이 사용됨. 단순 Hahn Echo 방식 대비 결맞음 시간을 수십 배 이상 연장 가능
퍼셀 효과(Purcell Effect) 방출체를 광공진기에 결합하면 공진 모드의 상태 밀도가 증가하여 그 모드로의 자발 방출률이 커지는 현상으로, 점결함에서는 공진 모드와 일치하는 영포논선 방출률을 선택적으로 증가시켜 유효 영포논선 분기비와 광자 추출 효율을 높이는 데 이용됨
홍-오우-만델 간섭(Hong-Ou-Mandel Interference) 구별 불가능한 두 광자가 반투과 거울에 동시에 입사할 때 같은 출구로 함께 나가는 양자 간섭 현상으로, 그 가시도가 광자의 구별 불가능성을 정량화하는 척도로 사용됨
슈타르크 효과(Stark Effect) 외부 전기장에 의해 원자나 결함의 에너지 준위가 이동하는 현상으로, 소자마다 다른 결함의 광학 전이 주파수를 전압으로 일치시켜 광자 간섭 조건을 확보하는 데 활용됨
참고문헌
그림 1
그림 2
그림 3
그림 4
그림 5
그림 6
그림 7
그림 8
그림 9
그림 10